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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정광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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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07-11-23 22:59:11

제목

파탄잘리의 요가수트라 全文과 해설/제2장 요가의 수행

제2장 요가의 수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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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정화淨化를 위한 고행, 독송讀頌, 지고자[이슈바라]에 대한 헌신은 요가 수행의 첫걸음인 행위의 요가[크리야-요가]이다.
파탄잘리는 1장에서는 요가의 목표를 제시했고, 이제는 요가의 수행에 대해 언급하기 시작한다. 완전한 요가 상태에 이르기 위한 첫 단계의 훈련을 흔히 '크리야-요가'kriya yoga라고 하는데, 크리야-요가란 문자적으로 '요가를 위한 행위'라는 뜻이다. 여기에서 언급하고 있는 '고행', '독송', '헌신'이라는 세 낱말은, 산스크리트어로는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것과 약간 다른 뜻을 지니고 있다. 그러므로 이 세 낱말의 본래 의미를 자세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고행'이라는 말에는 '금욕'과 '훈련'이라는 말이 자주 붙어 다닌다. 그런데 금욕이라고 하면 끔직한 영양실조가 연상되고, 훈련이라고 하면 군대에서 숙달된 조교의 시범에 따라 박박 기는 것이 연상된다. 이런 이유로 고행이나 훈련이나 금욕이라는 말을 가지고는 인도의 사상을 있는 그대로 이해하기가 어렵다.
이 절에서 '고행'으로 번역한 산스크리트어 '타파스'tapas는 기본적으로 '열과 에너지를 발생하는 것'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타파스는 에너지를 모으고[蓄氣), 모은 에너지를 요가의 목표 즉 아트만[主人空]과 하나 되는 방향으로 보내는 것[行氣)을 가리키는 말이다. 물론 타파스를 하기 위해서는 육체의 욕망을 절제하는 훈련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 훈련은 엄격한 군대의 훈련과 같은 부정적인 이미지의 훈련이 아니라, 아트만[主人空]과 하나 되는 지고한 목표에 도달하게 하는 즐거운 훈련이라는 긍정적인 이미지의 훈련이다.
우리 사회에서 사용하는 훈련이라는 말에 담겨 있는 부정적인 이미지는, 훈련 을 통해 영적인 상승이 이루어진다는 것을 반대하는 분위기를 형성하는데 간접적인 영향을 끼쳤다. 수도자의 고행을 두려움과 놀라움의 눈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이 많다. 그들은 수도자의 고행을 자연스럽지 못한 삶으로 치부해 버린다. 그러면서도 운동 선수가 시합에 이기기 위해 엄청나게 고통스러운 훈련을 하는 것은 하나도 이상하게 여기지 않는다. 시합에 이기기 위해서는 그런 훈련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시합에 이기려면 힘든 훈련을 해야만 한다면, 아트만[主人空]과 하나 되기 위해서는 더 어려운 훈련이 필요하지 않겠는가? 목적을 잊고 고행 그 자체를 가치 있는 것처럼 과장하는 경우가 있다. 그것은 진정한 의미의 고행이 아니라, 자기 학대일 뿐이다. 머리를 길게 늘어뜨리고, 손톱도 깍지 않고, 못이 박힌 나무 판자 위에서 잠을 자는 등 스스로를 학대하는 고행자들이 있다. 스리 크리슈나는 <바가바드기타>에서 자기를 학대하는 자들을 이렇게 질타하고 있다.
"위선과 자만심에 얽매이고
감각에 대한 집착에 휘말려서,
경전이 말하고 있지도 않은
끔찍한 고행을 하는 자들은
육체 속에 거하는 나[主人空]를 괴롭히는
바보들이다.
육체의 모든 감각 기관을
가혹하게 괴롭히는 자들은,
육체 속에 거하는 나에게 고통을 주는
악귀와 같은 자들이니라."
(바가바드기타 17:5-6)
크리슈나는 붓다와 마찬가지로 적절함에 대해 가르친다.
"명상을 하는 이[요가 수행자]는
너무 많이 먹거나
너무 적게 먹어서는 안 된다.
또한 너무 많이 자거나
너무 적 게 자서도 안 된다.
알맞게 먹고
알맞게 휴식하고
알맞게 일하고 알맞게 자는 사람만이
부단한 요가의 수행을 통해
번뇌의 불길을 잡을 수 있다."
(바가바드기타 6:16-17)
<바가바드기타>의 또 다른 곳에는 세 종류의 고행이 다음과 같이 정의되어 있다.
"신들을 예배하고
선하고 지혜로운 스승을 따르며,
깨끗하고 올곧은 마음으로
욕망을 절제하며 남을 해치지 않는 것,
이것이 곧 몸의 고행이다.
상대방의 감정을 건드리지 않는
진실하고 유쾌하고 덕이 되는 말만 하며,
정규적으로 경전을 독송하는 것,
이것이 곧 말의 고행이다.
마음의 고요함을 지키며,
침묵과 자기 절제와 성품의 정결함을 지키는 것,
이것 이 곧 마음의 고행이다."
(바가바드기타 17:14-16)
이처럼 힌두교에서의 고행은 가공스러운 자기 학대가 아니라, 맑은 정신으로 조용하게 자기를 컨트롤하는 것을 의미한다. 육체는 확고히 통제되어야 한다.
그러나 육체를 때리고 부수는 것이 고행은 아니다. 육체의 통제에 대해 <카타-우파니샤드>는 말과 마부의 비유를 들고 있다. "육체의 감각은 말이다. 마부는 말의 고삐를 잡고 욕망이라는 미로를 헤치고 나가야 한다 ... 사람이 분별력을 잃고 마음이 통제되지 않으면, 그의 감각은 길들이지 않은 말처럼 겉잡을 수 없이 날뛴다. 그러나 명석한 분별력을 가지고 마음을 통제하면, 감각은 길들인 말처럼 마부의 명령에 조용히 순종한다 ... 이 점을 이해하고, 마부 역할을 하는 마음을 통제하는 사람은 여행의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다." 고행이라고 번역한 타파스라는 산스크리트어 낱말에는 정규적으로 예배하는 행위도 포함되어 있다. 하지만 그리스도교의 예배와 힌두교의 예배는 개념상 차이가 있다는 점을 집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일체의 예배 형식을 부정하는 퀘이커 교도들은 논외로 하더라도, 대부분의 개신교 교파에서는 제의祭儀의 의미가 크게 축소되어 있는 게 사실이다. 물론 여러 가지 성례전을 행하며, 그런 것들을 중요한 예배 행위로 여기고는 있다. 하지만 정식으로 안수를 받은 목사나 성직자들만이 그런 예식을 집행할 수 있다. 그런가 하면 카톨릭에서는 성례전에 참여함으로써 영적인 건강과 구원을 얻을 수 있다고 가르친다. 바꾸어 말하면 자신의 영적인 이익을 위해 성례전에 참여하는 것이라는 말이다.
반면에 힌두 교인들은 단지 헌신의 표시로 예배한다. 그래서 브라만 계급의 사제가 아니라도, 필요하다면 각 가정에서 가장의 집례로 신[主人空]께 제사를 드린다. 힌두교에서는 어떤 특정한 예배 방식을 강요하지 않는다. 원하기만 한다면 얼마든지 다른 길을 선택할 수가 있다. 이런 융통성은 수행의 초보 단계에 있는 자들에게는 상당히 큰 도움을 준다. 자신의 성향과 기질에 맞는 방식을 선택해 신[主人空]을 섬길 수 있기 때문이다.
힌두교에도 기독교의 미사나 성만찬과 비슷한 제의가 있는데, 아주 정교한 형태로 다듬어져 있어서 그 제의를 행하고 있는 동안에는 매 순간 정신을 집중해 야만 한다. 따라서 그런 제의는 아직 마음을 집중하는 훈련이 덜 되어 있는 초보자들에게 대단히 유익하다. 제의는 순서에 따라 행해지며, 참여자는 각 행위의 의미를 생각하며 제의를 진행한다. 그 결과 행위와 생각이 하나로 통일되며, 이렇게 마음을 모으는 제의 행위를 통해 초보자라 할지라도 비교적 높은 단계의 집중을 성취할 수가 있다. 더 나아가 제의 행위는 은밀하면서도 직접적인 방식으로, 그러나 겸손한 태도로 신을 섬기는 감각도 키워 준다.
스와미 브라마난다는 말한다. "영적인 여행은 자신이 서 있는 자리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것을 깨닫는 것이 중요하다. 보통 사람에게 명상을 가르치며 절대자 브라흐만과 하나가 되라고 해도 그는 그 말을 이해하지 못한다. 그 말뜻을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가르치는 대로 명상도 하지 못한다 ... 그러나 신에게 꽃과 향을 바치라고 하면 어렵지 않게 그렇게 할 수 있다. 그러면 그런 제의 행위를 통해 마음이 점차 신에게 집중될 것이고, 그런 행위 속에서 기쁨을 발견하게 되리라."
흔히 '독송'讀頌이라고 번역하는 산스크리트어 '스바드야야'svadhyaya는 문자적으로 '자신의 탐구'라는 뜻이다. 경전을 비롯한 영적인 글을 읽고 (앵무새처럼 되뇌거나 어떤 훌륭한 스승의 해석을 알음알이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그 뜻을 탐구하는 것이나, 主人空을 생각하며 반복해서 그를 부르는 자파 수행(1-28을 보라)도 스바드야야에 포함된다.
'헌신' 즉 자신의 행위를 지고자인 主人空에게 바치는 제물로 여기는 삶 역시 중요한 영적인 수행에 속한다. 특히 여러 가지 의무로 바쁘게 살아갈 수밖에 없는 사람들에게는 더욱 중요하다. 이렇게 자신의 행위를 主人空께 바치는 제물로 여기는 수행을 통해 主人空과 하나가 되고자 하는 노력을 까르마-요가karma yoga라고 한다. 까르마-요가 수행자의 삶은 삶 전체가 제사이다. 모든 행동을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가 아니라 主人空께 바치는 제물로 여기고 행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정신으로 행하는 모든 행위는 올바른 것일 수밖에 없다. 누구라도 자신이 옳지 않다고 여기는 것을 主人空께 드리지는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 리고 진정한 까르마-요가 수행자라면 무슨 일이든 적당히 넘어가지 않고 항상 최선을 다할 것이다. 모든 행위가 主人空께 바치는 제물이기 때문이다.
자신의 행위를 主人空에게 바치는 제물로 여기고 행동하는 사람은 집착에서 벗어난다. 순간 순간 최선을 다할 뿐, 행위의 결과에 대해서는 염려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설령 결과가 나빠 사람들의 비난의 화살이 날아온다 해도 실망하거나 괴로워할 필요가 없다. 主人空 앞에서 최선을 다했기 때문이다. 같은 이유로, 까르마-요가 수행자는 일이 잘 되어 사람들의 칭찬을 받는다 해도 자만심에 빠지지 않는다. 모든 행위를 主人空에게 바치는 제물로 여기고 순간 순간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 받게 되는 정당한 보상은 세상의 재물이나 칭송이 아니라 깨달음과 자유다.
인격의 건전한 통합이 이루어진 사람은 행위의 결과를 위해서가 아니라 마땅히 해야 할 일이라는 생각으로 자신의 의무를 다한다. 심지어는 스스로를 무신론자라고 공언하는 사람일지라도 그렇게 한다. 그러나 主人空께 바치는 헌신이 결여돼 있고, 그들의 이상이 상대적인 시간과 물질 세상에 국한되어 있다면, 일이 잘 풀리지 않고 힘들여 쌓아 온 일생의 사업이 실패로 돌아갈 때 실망하지 않을 사람이 없으리라. 어떤 결과가 와도 실망하지 않을 사람은 까르마-요가 수행자밖에 없다. 까르마-요가의 정신을 가져야만 행위의 결과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집착하지 않는 것은 무관심이 아니다. 또 될대로 되라는 숙명론도 아니다. 숙명론자에게는 무슨 일이든 적당히 하려는 경향이 있다. 열심을 내든 게으름을 피우든 오게 되어 있는 것은 어차피 온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힌두교의 가르침을 숙명론적이라고 단정하고 비판하는 사람들은, 힌두교 사상 속에 들어 있는 까르마-요가 정신을 간과한 것이다. 행위의 결과에 대한 숙명론자의 태도는 '집착하지 않음'이 아니라 게으름과 나약함에서 비롯된 무관심이다. 따라서 숙명론은 흔들리기 쉽다. 어쩌다 일시적 인 성공을 거두기라도 하면 숙명론자들의 태도는 의기양양해 진다. 그리고 자기가 어떻게 했기에 그런 결과가 왔는지 자랑삼아 떠벌린다. 자신의 행운을 결코 '숙명'이나 '운명'이라고 말하지 않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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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크리야-요가의 목적은 집중하는 힘을 기르고 깨달음에 장애가 되는 번 뇌의 원인을 제거하는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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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번뇌의 원인 즉 깨달음을 방해하는 다섯 가지 장애물은 無知, 에고의식, 집착하는 마음, 증오심, 그리고 목숨에 대한 애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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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그 중에서 無知는 다른 장애물이 생성시키는 밭이다. 다른 장애물이 잠 재상태로 잠자고 있든지, 힘이 약화되어 있든지, 또는 일시적으로 극복 된 상태이거나 아니면 완전히 활성화되어 있거나를 불문하고 깨달음을 방해하는 장애물은 모두 無知라는 밭에 그 뿌리를 내리고 있다.
앞 절에서 살펴보았듯이 고행, 독송, 헌신은 집중하는 힘을 키워 완전한 요가 상태에 도달하기 위한 수행의 첫걸음이다. 이 세 가지 수행은 그대의 내면에 존재하는 깨달음에 이르도록, 그 길에 가로놓여 있는 온갖 장애물을 제거해 준다.
여기서 '장애물'이라는 말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기독교와 힌두교는 같은 주제를 놓고 서로 다른 점을 강조하기 때문이다. 기독교인이 말하는 '죄'는 일반적으로 하느님께 대한 불순종과 배은망덕이라는 일종의 적극적인 행위를 가리킨다. 그리고 '하느님'은 아버지 하느님, 즉 힌두교에서 이슈바라라고 부르는 시간과 공간 속에서 역사 하는 궁극적인 실재인 창조주를 가리킨다(이슈바라에 대해서는 1-23을 보라.) 그러나 파탄잘리가 말하고 있는 장애물은 적극적인 행위로써의 죄라기 보다는, 죄를 낳는 원인 즉 그대의 진정한 본성인 아트 만[主人空]의 빛을 가리고 있는 無知의 구름을 가리킨다.
이러한 강조 점의 차이는 근본적인 것은 아니다. 하지만 매우 중요하다. 기독교의 가르침은 창조주요 아버지인 절대 존재에 대한 범죄 행위가 얼마나 중대한 문제인지에 대한 감각을 키워 준다. 반면에 힌두교 가르침의 가치는 그대 안에 있는 궁극적인 실재로부터의 이탈이 죄라는 연쇄 결과를 가져온다는, 다시 말해 죄의 근본 원인을 제시해 준다는 점에 있다.
가르침의 성격을 바로 이해하지 못하면 힌두교의 가르침이나 기독교의 가르침 의 핵심을 파악하지 못하고 왜곡된 견해를 가질 위험성이 있다. 심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누구나 이슈바라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상상을 할 수 있다. 절대자이기는 하지만 이슈바라는 시간과 공간 속의 존재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트만[主人空]을 상상하기는 대단히 어렵다. 이슈바라를 거스른 죄를 뉘우치고 다시는 그런 죄를 짓지 않겠다고 결심하는 것은 비교적 쉬운 일이다. 하지만 그 대 자신이 아트만[主人空]의 빛을 가리는 장애물을 세워 놓았다는 것을 인식하고 그 장애물을 제거하기란 쉽지 않다. 왜냐하면 아트만[主人空]이 장애물로 뒤덮여서 생긴 혼란 속으로 습관적으로 빠져들어가, 맑고 투명한 아트만[主人空]이 아니라 장애물로 뒤덮인 상태의 아트만[主人空]을 자기라고 생각하는 생활을 반복해 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평상시에는 아트만[主人空]으로 부터 얼마나 멀리 떨어져 나왔는가를 깨닫지 못한다. 어쩌다 불운이라도 만나 괴로움 속에 처하게 되면 그때서야 비로소 자기가 존재의 근거에서 얼마나 이탈되어 나왔는가를 어렴풋이 느낀다. 이것이 바로 힌두교 가르침이 안고 있는 문제이다.
문제는 또 있다. 힌두교의 가르침 중에는 윤회설이 있다. 그래서 죄를 가볍게 여기고 윤회설에 근거한 낙천주의 속으로 쉽게 도피하는 경향이 있다. 윤회를 믿는 사람은 말한다. "아직 깨닫지는 못했지만, 나는 나의 근본이 아트만[主人空]이라는 사실을 인정한다. 나에게는 수많은 전생이 있고, 아트만[主人空]을 깨달을 때까지 윤회할 것이다. 빨리 깨달을 수도 있고 좀 늦게 깨달을 수도 있으리라. 하지만 언젠가는 확실히 깨닫게 될 터인데 구태여 서둘 필요는 없지 않은가?" 윤회에 대한 가르침은 부족한 현재의 모습을 변명하라고 주어진 것이 아니다. 이런 태도는 확실히 경계해야 한다.
기독교의 가르침을 잘못 이해하면 반대의 경우가 생긴다. 기독교는 창조주 이슈바라를 강조하는 반면에 이슈바라의 근원인 내재하는 실재 즉 아트만[主人空 ]을 간과하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이원적인 사고는 하느님께 대한 헌신을 가르친다는 장점이 있지만, 자신을 어쩔 수 없는 죄인으로 여기고 과장된 탄식 속에서 한숨을 쉬도록 만들 위험성도 동시에 가지고 있다. '아버지는 사랑과 정의의 하느님이다. 그리스도는 선하고 순결하다. 그러나 나는 그릇된 길로만 달려가는 죄인이다.' 이런 생각은 자신의 연약함과 참 자기를 동일시하는 그릇된 에고의식[我想]에서 나온다. 그릇된 에고의식을 갖고 있는 사람은 자신의 신적인 본성을 잊어버리고, 또 신적인 본성을 완전히 깨닫는 상태를 향해 부단히 정진해야 한다는 사실을 무시한 채 죄악의 진흙 구덩이 속에서 허우적거릴 수밖에 없으리라. 이런 상황에서 파탄잘리의 가르침은 죄인이라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있는 기독교인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 왜냐하면 그가 사용하는 '장애물'이라는 말 자체가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행동의 길을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장애물은 제거해야만 한다. 언제까지고 장애물 밑에 깔려 신음하면서 자신을 비참한 존재로 여길 필요는 없다. 이것이 기독교의 가르침이 안고 있는 위험성을 보완하는 파탄잘리의 가르침이다.
'죄'라는 말은 또 다른 이유로 오해를 불러일으킨다. 죄라는 말은 벌이라는 말과 결합해야만 완전한 개념이 되는 반쪽 개념이다. 그런데 상대적인 현상 세계에서는 죄를 지었다고 해서 필연적으로 벌을 받지는 않는다. 그래서 하느님의 정의를 의심하는 헛된 망상이 생긴다. 기독교 문헌들 속에는 부정한 자들이 아무런 벌도 받지 않고 월계수처럼 번성하는 것에 대한 불평을 토로하는 내용이 많다. 또 기독교인들 사이에는 지진과 홍수와 기근 같은 재난을 인류의 집단적인 죄에 대한 하느님의 처벌이라는 미신적인 견해도 유포되어 있다. 하느님의 정의 正義를 예측할 수 없는 발작 정도로 격하시키는 이런 생각은 완전히 잘못된 것이다.
'죄'라는 말 대신 '장애물'이라는 말을 사용하면 그런 오해와 미신을 말끔히 씻어 낼 수 있다. 또 자연적인 재난이나 인간에 의한 재앙으로 말미암아 겪게 되는 마음의 혼란도 피할 수 있다. 물론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지만, 살인을 했다면 벌을 받게 된다. 또 지진이 자주 일어나는 지역이나 홍수가 나면 늘 물에 잠기는 지역에 집을 지었다면 언젠가는 피해를 입게 된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그런 것들은 결코 죄의 결과가 아니라는 점이다. 피할 수 없는 죄의 결과는 오직 하나뿐이다. 죄는 깨달음에 이르는 길에 장애물을 만들어 놓는데, 죄의 결과는 오직 이것뿐이다. 장애물이 설치되면 그 장애물 때문에 아트만[主人空]으로부터 소외되어 그릇된 에고의식[我想]을 갖게 되고, 그로 말미암아 스스로 괴로움을 겪게 된다. 이런 결과는 피할 길이 없다. 그러나 괴로움 속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는 동안에는 그 원인이 무엇인지 명백히 깨닫지 못한다.
어떤 행동은 죄이고 어떤 행동은 죄가 아니라는 식의 태도는 잘못된 것이다. 이런 식의 그릇된 상상을 피하기 위해서는 파탄잘리의 관점에 따라 자신의 생각과 행동을 점검하는 일이 필요하다. 즉 자신의 생각과 행동을 죄냐 아니냐로 판단하는 대신, 깨달음에 이르는 장애물을 제거할지 아니면 더할지를 순간 순간 자문하면서 살아가야 한다. <바가바드기타>의 가르침처럼, 어떤 사람에게는 옳지 않은 일이 다른 사람에게는 옳은 일일 수도 있다. 죄냐 아니냐는 수학 공식처럼 모든 사람에게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옳고 그름은 사람마다 각기 그 사람의 영적인 수준과 그가 맡은 책임에 따라 상대적으로 결정된다. 그러므로 우리가 취할 수 있는 최선의 태도는 무엇은 하고 무엇은 하지 말아야겠다는 식이 아니라, 모든 생각과 행위의 동기를 궁극적인 목표인 깨달음과 자유에 두고 매순간 자신의 의식을 점검해 나가는 것이 되어야 한다. 과정에서 수많은 실수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실수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올바른 방향 을 향해 끝까지 전진하겠다는 집요한 의지이리라.
파탄잘리는 '장애물'이라는 말을 사용함으로써 죄에 대해 가질 수 있는 두 가 지 극단적인 태도, 즉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식의 관용이나 그 반대의 심각한 두려움이나 혐오감을 피할 수 있도록 한다. 외과 의사는 암에 대해 관용을 베풀지 않고 암에 걸린 부위를 사정없이 도려낸다. 또 암을 두려워하기보다는 연구의 대상으로 삼는다. 어떻게 해서 암이 생겨났는지 이해하려고 애쓰며, 새로운 암이 더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노력한다. 영적인 수행자는 깨달음의 장애물에 대해 암에 대해 외과 의사가 취하는 태도와 같은 태도를 가져야 한다.
죄는 반복해서 범하지 않겠다고 결심하기 전에 그 성격이 규명되어야 한다. 죄라는 것의 성격을 분명히 파악하지 못하면 원인을 치료할 수 없고, 그러면 반복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죄란 그대의 진정한 본성인 아트만[主人空]으로부터 그대를 떼어놓으려는 힘으로써, 소외로 말미암는 고통의 전조前兆라고 할 수 있다. 죄는 애당초 에고의식[我想]이라는 無知에서 비롯된 것이기 때문에 그릇 된 방향으로 그대를 이끌고 간다. 따라서 죄를 따르면 궁극적인 실재로부터 점점 더 멀리 떨어져 나간다.
희미하기는 하지만 그대는 그대 내면에 존재하는 아트만[主人空]의 현존現存을 의식하고 있다. 그대는 아트만[主人空]과의 완전한 합일을 통해 주어지는 영원한 자유와 평화를 갈구한다. 그대 뿐 아니라 모든 인간이 오랜 세월 행복을 추구해 왔다. 하지만 無知로 말미암아 그릇된 방향으로만 치달려 왔다. 無知는 모든 인간의 내면에 아트만[主人空]이 깃들이어 있음을 부정하게 하고, 우리는 서로 떨어져 있는 개인일 뿐이라는 에고의식[我想]을 강화시켰다. 그래서 제한되고 덧없는 현상 세계에서 영원한 행복을 찾으려는 헛된 노력을 기울이게 됐다. 자신에게서 풍겨 나오는 향기를 찾아 이 산 저 산 헤맨다는 이야기 속의 사향노루처럼, 그대는 그대 자신에게서 발산되는 아트만[主人空]의 향기를 찾으려고 여기 저기 온 세상을 기웃거린다. 그러나 자유와 행복을 밖에서 찾고자 하는 동안에는, 스스로 걸려 넘어지고 끊임없이 상처를 입는 고난만이 찾아온다.
수많은 노예를 부리는 절대 군주, 필요 이상의 엄청난 재물을 창고 속에 차곡차곡 쌓아 가는 수전노, 친구를 팔아 넘기는 배반자, 살인자, 강도, 사기꾼, 약 물 중독자 등등 이 모든 사람들이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것은 자신의 안전과 행복과 평화다. 이들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서라도 재물을 축적하고 자신의 적이라고 생각되는 사람을 제거하면 안전하리라고 생각한다. 감각적인 즐거움에서 행복을 찾으려는 헛된 망상 속에 빠져 있다. 또 약물이 주는 효과를 통해 평안을 구한다. 이런 일에 가히 영웅적이라 할만큼 정열적으로 힘을 쏟아 붓는다. 죄란 이렇게 잘못된 방향으로 치달리는 비극적인 힘이다. 아트만[主人空]과의 합일은 헛된 것을 추구하는 것보다 훨씬 적은 힘을 기울이고서도 이룰 수 있다. 방향만 올바로 잡히면 無知에서 벗어나기란 그리 어렵지 않다는 말이다.
뒤에서 좀 더 자세히 설명되겠지만, 파탄잘리는 無知란 다른 모든 장애물을 생성시키는 밭이라고 말한다. 다른 모든 장애물이란 삼스카라[潛在印象], 즉 1 -2에서 언급한 것과 같이 '어떤 방향으로 움직이고자 하는 경향(傾向)'을 가리킨다. 반복해서 죄를 범하게 되고 점점 더 많은 장애물이 생기는 것은 바로 이런 경향 때문이다. 이런 경향 즉 욕망, 자만심, 두려움, 분노 등등의 힘 때문에 장애물은 자동적으로 증가한다. <바가바드기타>는 이 과정을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감각 기관의 대상들을 생각하면
그것들에 대한 집착이 생기고
집착이 생기면 욕망이 생기고
욕망으로부터 분노가 생긴다.
분노하면 마음이 혼란스러워지고
마음이 혼란하면 경험에서 배운 교훈을 잊는다.
경험에서 배운 교훈을 잊으면 분별력을 잃고
분별력을 잃으면 인생의 목적을 잃게 된다."
(바가바드기타 2:62-63)
궁극적인 삼매[無種三昧]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아트만[主人空]과의 완전한 합일에 도달하지 못한 사람에게는,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누구에게나 장애물이 있다. 파탄잘리는 無知로 인한 장애물의 존재 양태를 네 가지로 구분한다.
첫째, 갓난아이의 경우처럼 장애물이 잠재 상태로 잠자고 있을 수 있다. 잠재 상태이긴 하지만 장애물은 분명히 존재하고 있으며, 때가 되면 활성화된다. 집중하는 능력을 길러 삼매 상태를 경험할 수 있으면서도 집착을 버리지 못한 요기의 경우도 장애물은 잠재 상태로 존재한다. 명상을 끝내고 현실 생활로 복귀하면, 삼매 상태에서는 잠재 상태로 잠들었던 장애물과 다시 마주치게 된다.
둘째, 장애물이 남아 있긴 해도 더 큰 깨달음의 힘에 의해 장애물의 힘이 약화되어 있을 수 있다. 이 경우에는 과거의 카르마에 의해 삼스카라가 계속 작용한다. 하지만 그 힘이 대단히 약화되어 있어서, 장애물에 대해 주위를 게을리 하지 않는 수행자에게는 큰 위험이 되지 않는다.
셋째, 無知를 소멸하는 생각과 행동을 닦음으로써 장애물이 일시적으로 극복된 경우도 있다. 이 상태에서 無知를 소멸하는 수행을 계속해 나가면 잠재 상태로 존재하는 장애물까지 극복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장애물이 완전히 활성화되어 있을 수도 있다. 현상 세계에 마음을 두고 있는 일상적인 사람들이 바로 이와 같은 비극적인 상태에서 괴로움을 겪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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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영원하지 않은 것을 영원한 것으로, 깨끗하지 않은 것을 깨끗한 것으로, 괴로움을 즐거움으로, 참 자기가 아닌 것을 참 자기로 잘못 생각하는 것 이 곧 無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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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의식 자체[아트만]와 의식을 반영하는 (인간의) 마음을 구분하지 못하고 동일시하는 것이 곧 에고의식[我想]이다.
파탄잘리의 정의에 따르면, 無知란 그릇된 동일시를 말한다. 자신의 진정한 본성을 오해하여 참 자기가 아닌 것을 참 자기로 아는 것이 곧 無知이다. '아무개라고 불리는 이 사람이 나'라고 말하는 것은 아트만[主人空]이 아닌 것을 아트만[主人空]으로 여기는 無知이다. 이러한 無知는 無知중에 가장 으뜸가는 無知이며, 無知로 인한 수많은 그릇된 행동이 자동적으로 그 뒤를 따른다. 우리들 내면에 존재하는 아트만[主人空]을 부정하면 만물 속에 두루 깃들이어 있는 아트 만[主人空]도 부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이렇게 근본을 바로 이해하지 못하면 외적인 현상 차원에 머물 수밖에 없을 뿐만 아니라, 우주를 유기적인 통일체로 보지 못한다.
순수함 그리고 영원한 기쁨과 평화는 아트만[主人空]과 합일을 이룬 상태에서만 찾아온다. 無知는 아트만[主人空]과의 합일을 방해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미하고 혼란스러운 상태이긴하나 행복을 향한 갈구가 남아 있기 때문에 외적인 세계에서 그것을 찾으려고 한다. 그대는 영원한 것을 대신할 대체물代替物을 찾기에 바쁘다. 또 일시적인 대체물을 참된 것으로 믿으려고 안간힘을 쓴다. 영원한 것 대신에 일시적인 것에 집착하며, 순수함 그 자체 대신에 상대적으로 순수하다고 생각하는 것에 매달린다. 또 진정한 행복 대신 일시적인 즐거움을 움켜 쥐려고 발버둥을 친다. 그러나 그대의 만족은 잠시 뿐이다. 그대가 쌓아 놓은 튼튼한 성은 무너지고, 아름다운 꽃은 그대의 손에서 시들어 가며, 그대가 목을 축이던 맑은 물은 혼탁해진다. 無知는 이렇게 항상 그대를 배반한다. 그대는 새로운 대상을 찾아 눈을 돌리리라. 그러나 그것 역시 그대를 속일 것이다. 외적 인 세계에서 행복을 구하는 인간의 절망적인 방황은 이렇게 계속된다.
無知의 근원은 의식 자체인 아트만[主人空]과 의식을 반영하는 마음과 몸을 동일시하는 데 있다. 파탄잘리는 이런 동일시를 에고의식[我想]이라고 정의한다. (主人空이라는 용어는 본체인 '空'과 空의 나툼인 '主人'을 결합한 말이다. 이런 입장에서는 '의식 자체'가 主人空이고 '의식을 반영하는 마음'은 主人空의 나툼이라고 할 수 있다. 譯註) <케나-우파니샤드>에는 다음과 같은 구절 이 있다.
"마음은 누구의 명령을 받아 생각하는가? 육체를 움직이게 하는 자는 누구인가? 누가 혀로 하여금 말을 하게 하는가? 눈으로 형태와 색깔을 보게 하고 귀로 소리를 듣게 하는 빛나는 존재는 누구인가? 바로 아트만[主人空]이다. 아트만이 귀로 하여금 듣게 하는 귀이며, 마음으로 하여금 생각을 하도록 만드는 마음이고, 혀로 하여금 말하게 하는 혀이다. 그는 또한 숨을 쉬게 만드는 숨이며 눈으로 하여금 보도록 만드는 눈이다. 지혜로운 사람은 일상적인 감각과 마음을 나라고 생각하는 거짓된 에고의식을 포기하고, 아트만이 곧 브라흐만임을 앎으로써 불멸의 경지에 들어간다."
서구 철학에는 意識과 관련된 두 가지 이론이 존재한다. 유물론과 관념론이 그것이다. 유물론자들은 의식이란 사건이 전재되어 가는 과정에서 생성되는 하나의 산물이라고 믿는다. 의식이라는 실체가 있는 것이 아니라 조건과 상황에 따라 의식이 생기고, 조건과 상황이 바뀌면 앞서 생겼던 의식은 사라지고 새로운 조건과 상황에 맞는 새로운 의식이 생긴다는 것이다. 반면에 관념론자들은 의식을 마음이 만들어 내는 실체로 본다. 따라서 그들은 마음이 작용하지 않으면 의식도 없어진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현대 과학자들의 견해는 유물론자들과 관념론자들의 주장을 둘 다 부정하는 쪽으로 기울고 있다. 과학자들은, 비록 과학적인 방법으로 완전하게 증명할 수는 없지만 우주 전체에 편만한 의식이 존재하고 있다고 믿는다. 과학자들의 이런 믿음은 베단타 철학의 견해와 비슷하다. 그래서 그런지 뛰어난 과학자들 중에서 자신의 견해와 비슷한 주장을 하고 있는 힌두 철학을 공부하는 연구하는 이들이 있다. 일례로 에르윈 슈뢰딩거Erwin Schrodinger를 들 수 있는데, 그는 <생명이란 무엇인가?>라는 자신의 저서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意識은 하나다. 결코 여러 개의 의식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 그러면 어째서 의식이 여럿 존재한다고 생각하게 되는 것일까? (의식이 여럿 존재한다는 생각은 우파니샤드의 가르침과 반대된다.) 의식은 물질과 육체에 제한된 물리적인 상태와 매우 밀접한 관련을 맺고, 또 그 상태에 따라 서로 다르게 경험된다 ... 그래서 의식 또는 마음이 여럿이라는 가정은 매우 그럴듯한 견해처럼 보인다. 단순한 사람들은 대부분의 서구 철학자들과 마찬가지로 의식이 여럿이라는 견해를 별 의심 없이 받아들일 것이다 ... 의식이 여럿이라는 견해 대신 선택할 수 있는 또 다른 입장은 의식은 결코 여럿일 수 없다는 것을 직접 체험하는 길밖에 없다. 하나의 사물이 보는 각도에 따라 서로 다른 모습으로 보인다. 서로 다른 실체가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인도철학에서 마야라고 부르는 환영(幻影)이 하나의 실체를 서로 다른 모습으로 보이게 하는 것이다. 마치 사방이 거울로 둘러싸인 방에서 수많은 허상(虛像)이 생기고, 같은 산이 서로 다른 방향에서 바라 볼 때 가우리샹카도 되고 에베레스트 산도 되는 것처럼 말이 다 ... 그러나 사람들은 자신의 경험과 기억이 다른 사람의 경험이나 기억과는 확실히 다른 독자적인 것이라는 인상을 갖고 있다. 사람들은 자신의 그런 독자적인 경험과 기억의 총체를 '나'라고 부른다. 그런데 이렇게 사람들이 '나'라고 부르는 '나는 무엇인가?'
만약 당신이 거의 무의식적으로 '나'라고 부르는 것을 자세히 분석해 본다면 경험과 기억의 집합과는 다른 그 무엇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다. 그리고 좀 더 깊이 관찰하는 사람은, '나'라고 부르는 것은 경험과 기억의 집합이기 보다는 경험과 기억이 기록되는 일종의 화폭(畵幅), 즉 경험과 기억이 쌓이는 근본 바탕이라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으리라. 당신이 가까운 친구들을 떠나 돌아올 수 없는 어느 먼 나라에 갔다고 가정해 보자. 그렇다면 새로 살게 된 나라에서 새로운 친구들을 사귀게 될 것이고, 시간이 흐름에 따라 두고 온 옛 친구들 에 대한 생각은 서서히 잊혀질 것이다. 그리고 새로 사귄 친구들과도 옛 친구들 과 지내던 것 못지 않게 다정하게 지낼 것이다. 새로운 삶이 진행되는 동안에도 과거의 기억이 되살아나기는 하겠지만 그 중요성은 점점 퇴색해 갈 것이고, 그러면 '나'라고 생각하던 젊은 시절의 당신이 현재의 그대에게는 제 3자처럼 여 겨질 것이다. 아마 젊은 시절의 당신보다는 지금 감명을 받으며 읽고 있는 소설의 주인공이 훨씬 더 가깝게 느껴질 것이다. 그대의 존재에 어떤 단절이나 죽음이 없었는데도 말이다. 이게 사실이다. 만약 능숙한 최면술사가 그대의 과거 기억을 깡그리 지워 버린다고 해도 그대는 여전히 존재한다. 어떤 경우라도 그대의 실존(實存)이 사라지기 때문에 슬퍼할 일은 생기지 않는다 ... 그대의 진정한 '나'[主人空]는 영원히 존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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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집착은 (일찍이 경험한 쾌락을 기억하여 그와 같은) 쾌락에 머물려고 하 는 마음에서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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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증오는 (일찍이 경험한 고통을 기억하여 그와 같은) 고통을 피하려고 하 는 마음에서 생긴다.
어떤 사람이나 대상에 대해 갖고 있는 상대적인 지식 역시 깨달음에 이르는 장애물이다. 그대가 맹목적인 애착을 갖고 있는 사람이나 혐오하는 사람에 대해 감정에 치우치지 않는 객관적인 견해를 갖기는 어렵다. 그러므로 영적인 수행자는 이 세상을 사랑해서도 안되며 증오해서도 안된다. 애착뿐만 아니라 증오 역시 자유를 구속하는 굴레이다. 그대는 그대가 미워하고 두려워하는 것에 의해 제약을 받는다. 집착과 증오는 녹이거나 풀어 버려야 한다. 녹이거나 풀어 버리지 않고 저항하거나 도망친다면 똑같은 문제가 생기고, 양상만 다를 뿐 똑같은 어려움과 위험을 피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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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목숨에 대한 애착은 수많은 윤회의 삶을 거쳐오면서 경험한 죽음에 대 한 기억을 마음이 간직하고 있기 때문에 생긴다. 목숨에 대한 애착은 無知한 사람은 물론이고 현명한 사람들조차도 갖고 있다.
힌두교와 불교에는 윤회설이 있다. 후대에 종교회의에서 거부되기 전까지는 기독교에도 윤회에 대한 가르침이 있었다. 윤회에 대해서는 1-2, 18, 19의 해설에서 다룬 바 있는데, 이제는 보다 더 전체적인 관점에서 생각해 보기로 하자.
1-17을 해설하면서 프라크리티는 궁극적인 실재인 브라흐만의 효과 내지는 힘이라고 정의했다. 달리 표현하자면 마야maya 즉 환영(幻影)으로써의 이 우주는 궁극적인 실체인 브라흐만의 투영이라는 말이다. 그러므로 프라크리티와 브라흐만은 공존하는 것이며, 브라흐만과 마찬가지로 프라크리티 역시 시작도 없고 끝도 없는 것이다. 프라크리티는 우주라는 그물을 짜며 계속 돌아갈 것이고, 창조와 해체의 과정을 영원히 되풀이 될 것이다.
프라크리티가 우주라는 그물을 짜고 풀고 하는 동안, 우주 속에서는 또 다른 과정이 전개된다. 즉 개인의 에고의식이 깨달음을 향해 점점 진화해 나가는 것이다. 에고의식은 수 억겁의 세월을 통해 죽고 다시 나는 과정을 거치면서 광물에서 식물로, 식물에서 동물로, 동물에서 인간으로 진화한다. 돌 속에도 아트만 [主人空]은 있다. 그러나 돌이 돌로 남아 있는 동안에는 자신의 본성이 아트만이라는 사실을 결코 알지 못한다. 자신의 진정한 본성이 아트만이라는 사실을 알기 위해서는 의식이 인간 차원까지 진화해야만 한다. 에고의식 인간의 의식 차원에 도달해야만 자신의 진정한 본성[主人空]을 알 수가 있다. 그리고 자신의 진정한 본성을 깨달은 사람은 죽고 다시 태어나는 윤회의 수레바퀴에서 영원히 벗어난다.
깨달음에 이르기까지 수 억겁의 세월 동안 반복되는 길고 긴 윤회 과정은 '카르마[業]의 법칙'에 따라 진행된다. 진화의 진행 속도는 자신의 욕망과 행동을 어떻게 조절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깨달음에 이르는 장애물을 제거할 수도 있고 더 쌓을 수도 있다. 존재의 현재 상태는 과거에 쌓은 카르마의 결과이며, 현재의 마음과 행동은 미래 상태의 원인이 된다. 카르마의 법칙에 따라 전개되는 이 과정은 죽음으로도 정지되지 않는다. 모든 사람은 자신이 쌓아 놓은 카르마에 맞는 모습과 마음과 성격을 가지고 적당한 환경 속에서 끊임없이 다시 태어난다.
이러한 윤회설을 달가워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은 것은, 자신의 현재 상태가 모두 자신의 책임이라는 것을 받아들이기 싫기 때문이리라. 그들은 현재 상태가 된 원인이 자기에게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대신 하느님이나 부모나 사회 구조를 원망한다. 윤회가 없고 이번 생이 자신의 최초의 출생이라고 한다면 현재 상태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된다. 그러면 현재 상태는 신이 정해 놓은 것이라거나 아니면 유전이나 주위 환경에 의해 형성된 것이라고 책임을 회피할 수 있다. 그러나 그렇게 되면 현실에 대한 불만에서 벗어날 길이 없다. 특히 육체적으로 부족함이 있거나 경제적으로 어려운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그것은 자신의 나약함과 실수를 남의 탓으로 돌리고 아까운 인생을 신세타령이나 하면서 탕진하는 어리석은 일이다.
처음에는 윤회에 대한 가르침이 매우 냉혹하고 무자비한 것처럼 보인다. 실제로는 우주의 질서와 정의(正義)에 대한 매우 합리적이고 낙관적인 견해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괴로운 현재 상태를 하느님이나 부모나 사회가 만든 것이 아니라 자신이 만든 것이라면, 바꿀 수 있는 힘도 자신에게 있는 것이다. 자기 연민에 빠지거나 낙담할 이유가 없다. 태어난 것이나 탓하며 절망에 빠져 있을 필요가 없다. "그대, 부르터스여! 잘못은 우리의 별에 있는 것이 아니니 ..."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오직 용기와 깨달음을 향한 투쟁을 멈추지 않겠다는 결단력뿐이다.
때로는 카르마의 법칙이 매우 분명하게 인식될 때도 있다. 특히 지나간 일을 돌이켜 생각해 볼 때 그런 경우가 많다. 과거를 돌이켜 보면 우리의 어떤 성격이나 기질이 그에 상응하는 여러 다양한 상황을 반복해서 만들어 냈구나 하는 생각을 지우기가 어렵다. 당시에는 재수 없이 또는 우연히 그런 상황에 처하게 되었다고 생각했을지 몰라도, 돌이켜 보면 카르마의 인과법칙에 의해 그렇게 되었음을 부정하기 어려우리라. 과학자들은 뒤얽힌 인생이라는 실타래를 풀 수 있는 실마리인 인과법칙에 대해 연구를 쉬지 않고 있다. 그 결과 심리학자들은 '우연한 사건'이라고 하는 것들의 대부분이 사실은 우연히 일어난 것이 아니라 잠재의식의 표출이라고 말하기에 이르렀다. 심지어는 팔을 삐거나 다리가 부러지는 것조차도 다른 어떤 불쾌한 문제를 피하고자 하는 잠재의식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말한다. 질병도 이전에는 (우연한 기회에) 세균의 침입을 받았기 때문에 생긴다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정서적으로 불안하거나 과도한 긴장으로 인해 서도 (필연적으로) 육체적인 질병이 생긴다고 하는 것도 비슷한 경우다.
파탄잘리는 이 구절에서 윤회에 대한 자신의 믿음을 피력하고 있다. 그리고 '우리가 이전에 죽음을 경험해 보지 않았다면 어째서 죽음을 두려워하는 것일까?'라는 암시적인 질문을 통해 윤회에 대한 증명을 시도하고 있다.
암탉 둥우리에 오리알을 넣어 놓았다. 그곳에는 어미 오리가 한 마리도 없었다. 그러나 오리 새끼는 알을 깨고 나오자마자 뒤뚱거리며 물가로 달려가 즐겁게 헤엄을 친다. 누가 오리 새끼에게 수영을 가르쳐 주었는가? 알을 품어 준 어미 닭이 가르쳐 준 것은 분명히 아니다. 어미 닭은 자기 품에서 나온 오리 새끼가 물로 뛰어드는 것을 보고 큰 소리로 꼬꼬 거릴 것이다. 빠져 죽을까 염려되기 때문이다. 우리는 오리 새끼는 '본능적으로' 수영을 할 줄 안다고 말한다. 그처럼 인간도 '본능적으로' 죽음을 두려워한다.
자, 그러면 본능이란 무엇인가? 최근에 발간된 한 사전은 본능을 "그가 속한 생물학적 종(種)에 보편적으로 존재하는 행동과 반응 양식(樣式)"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요가 철학자들은 본능이란 "가라앉아 있는 원인" 즉 잠재의식 속에 저장된 과거의 경험이라고 말한다. 사전의 정의는 종(種)의 유전을 통해 전달된 기억이 본능이라는 것이고, 요가 철학자의 정의는 한 개체가 탄생과 죽음을 반복하면서 집적한 경험에 대한 기억이 본능이라는 것이다. 즉 양자가 모두 경험에 대한 '기억'을 자명한 것으로 여기고 있는 셈이다.
물론 유전 학자는 윤회를 믿지 않는다. 그러나 요가 철학자는 유전과 윤회를 조화시킨다. 즉 오리 새끼는 자신이 쌓은 카르마에 따라 오리 새끼로 태어나는 것이며, 수영하는 법을 포함해서 오리가 가지고 있는 모든 속성을 물려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렇게 볼 때 인간이 가지고 있는 죽음에 대한 공포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본능이라는 말보다는 윤회라는 말이 훨씬 더 적절하다고 할 수 있다.
(파탄잘리는 뒤에 가서 다른 방식으로 증명을 시도하지만) 여기에서처럼 죽음에 대한 공포를 가지고 윤회를 증명하려는 시도는 만족스럽지 못할 수도 있다. 왜냐하면 '죽음의 경험이 왜 꼭 두려워야만 하는가? 과거에 한 번도 죽어 본 일이 없다면 죽음이 무엇인지를 모를 것이고, 죽음이 무엇인지를 모를 때 죽음이 오히려 더 두려운 것이 아닐까? 아무 것도 모르는 것을 경험한다는 것 보다 더 두려운 일이 어디 있겠는가?' 하는 등등의 의문이 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죽음에 대한 공포만이 윤회를 증명하는 증거가 아니다. 파탄잘리는 뒤에 가서 또 다른 증거들을 제시할 것이고, 그러면 죽음에 대한 공포도 윤회를 증명하는 적절한 증거로서의 제 위치를 차지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 잠시 죽음과 재탄생에 대해 말하고 있는 <브리하다란야카-우파니샤드>의 다음 구절에 귀를 기울여 보자.
"이 생과 다음 생 중간에 마치 꿈을 꾸는 것과 같은 상태인 중간 단계[中陰界]가 있다. 중간 단계에서는 이 생과 다음 생이 겹친다. 그 방식은 다음과 같다. 죽은 사람은 미묘한 신체인 유체(幽體)로 존재한다. 유체가 된 중간 단계의 영혼[中陰身]은 과거 자기 행위에 대한 인상을 갖고 있다. 그리고 아트만의 빛을 받아 스스로 그것을 깨닫는다. 아트만의 순수한 빛이 그에게 비치면 그는 자기의 과거를 낱낱이 보게 되는 것이다. 중간 단계의 영혼은 이런 방식으로 이 생에서의 일을 다시 경험한다. 그 다음에는 이 땅에서의 행위와 그런 행위를 낳게한 성격이 악했냐 선했냐에 따라 악한 영들이나 선한 영들이 자기에게 오는 것을 본다. 중간 단계의 영혼은 이런 방식으로 다음 생을 경험하는 것이다." 이 말에 따르면, '중간 단계'란 맑은 거울을 보듯이 사후에 자신의 과거를 들여다 보고 평가하고, 그 평가에 따라 어쩔 수 없이 다음 생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투명한 기간이랄 수 있다. 중간 단계의 영혼은 아트만의 엄정한 빛을 받아 자신이 어떠한 사람이었는지를 깨닫는다. 이 경험은 많은 사람들에게 상당히 고통스럽고 치욕적이리라. 자신의 과거를 보는 순간 이 땅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부끄러움과 두려움을 느끼며 심한 양심의 가책을 받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죽음에 대한 경험'이라는 말이 죽음과 재탄생의 중간 단계에서 경험한 것까지를 포함하여 일컫는 것이라면, 죽기를 싫어하고 죽음을 두려워 하는 마음이 意識下意識 속에 저장되어 있다는 것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이전에 경험한 중간 단계에서의 극심한 고통을 다시 겪는다는 것은 두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에 비하면 알지 못하기 때문에 느끼는 두려움은 두려움 축에도 들지 못하리라. 오직 깨달음을 얻은 자만이 죽음의 공포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있다. 깨달은 자에게는 중간 단계가 미래에 있을 어떤 상태가 아니다. 왜냐하면 그는 이미 '지금-여기'서 감각에 얽매인 이 세상을 여읜 사람이기 때문이다. 영적으로 성숙할수록 죽음에 대한 공포는 점점 줄어든다. 이로 미루어 보아 죽음에 대한 공포를 증거로 윤회를 증명하고자 하는 파탄잘리의 시도는 정당하다고 평가할 수 있다.
이유야 어떻든 간에 죽음을 연기하고 어떻게 해서라도 목숨을 연장해 보려는 욕망은 깨달음에 장애가 된다. 목숨에 애착을 갖는 것은 곧 일상적인 감각에 집착하는 것과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 집착은 내면의 아트만[主人空]을 깨닫는 초의식의 문을 봉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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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 이러한 장애물들이 잠재된 상태로 힘이 약해져 있을 때는 마음의 근원 [최초의 원인]으로 마음을 되돌림으로써 제거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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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 장애물들이 완전히 활성화되어 현전(現前)하는 상태라면 몰입 명상[드 야나; 禪定]을 통해 제거할 수 있다.
이 두 구절은 순서를 바꾸어 읽는 것이 더 좋을 듯 싶다. 완전히 활성화되어 눈앞에서 활동하고 있는 장애물을 먼저 제거하는 것이 순서이기 때문이다. 깨달음에 이르는 길을 방해하는 장애물을 제거하는 일은 마치 더러워진 옷을 빠는 것과 같다. 옷을 빨 때는 먼저 비누로 문질러 찌든 때를 녹인 다음 깨끗한 물에 헹구는 순서를 밟는다. 여기서 '비누로 문지르는 것'은 2-1에 언급된 고행, 독송, 헌신을 통해 '요가 수행의 첫걸음'을 밟는 것을 상징한다. 그리고 '물로 헹구는 것'은 명상 수행을 상징한다. 마음이라는 더러워진 '옷'을 깨끗하게 빨기 위해서는 '비누'와 '물'이 함께 필요하다. 비누만 가지고도 안되고 물만 가지고도 안된다.
활성화 된 장애물이 완전히 제거된 후에도 삼스카라 즉 경향성(傾向性)으로서 의 장애물은 잠재된 상태로 계속 남아 있다. (불교에서는 향 쌓던 종이에서 향내가 나는 것과 같은 이런 경향성을 '습기'(習氣)라고 부른다. 譯註) 잠재되어 있는 경향성은 마음을 그 최초의 원인을 향해 되돌려야만 녹여 버릴 수 있다. 즉 마음을 생성시킨 프라크리티로 들어가야만 삼스카라가 제거된다는 말이다. 마음의 근원인 프라크리티로 들어가는 과정이 곧 삼매에 이르는 과정이다.
(1-41부터 51까지를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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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2. 카르마의 잠재력[삼스카라]은 과거의 생각과 행동으로 말미암아 생긴 것이다. 카르마의 잠재력은 이 생에서 또는 오는 생에서 열매로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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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3. 뿌리가 제거되지 않는 한 언젠가 열매는 맺히게 되어 있다. 예를 들어 환생(還生), 수명의 길고 짧음, 즐거운 경험과 고통스러운 경험 등이 모 두 카르마의 잠재력[삼스카라]에서 비롯되는 열매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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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4. 카르마의 잠재력[삼스카라]은 그의 원인이 된 행위가 선행이냐 악행이 냐에 따라 즐거운 경험으로 열매 맺기도 하고 고통스러운 경험으로 열 매 맺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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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5. 그러나 명철한 사람에게는 즐거운 경험이든 괴로운 경험이든 카르마의 열매는 모두 고통스러운 것이다. 현재 즐겁다 할지라도 그 즐거움은 곧 사라질 것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괴롭고, 과거에 즐거웠다면 그 때의 즐거움을 갈망하는 마음이 남아 있어서 괴롭다. 기쁨과 고통의 원인이 되는 구나[要素]들의 힘은 끊임없이 변하면서 교대로 마음을 사로잡는 다. 그러므로 그 상태에서는 지속적인 마음의 평화를 얻을 수가 없다.
카르마의 법칙과 각 구나의 속성과 기능에 대해서는 앞에서 자세히 설명한 바 있다. (카르마의 법칙에 대해서는 1-2, 18, 19를 보라. 구나에 관해서는 1-17을 보라.) 여기서 파탄잘리는 알아보게 나타나지 않는다고 해서 과거의 생각과 행위가 그 결과로서의 열매를 맺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하고 있다. 모든 행위는 잠재적 경향성(傾向性)인 삼스카라를 창조하고, 삼스카라는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적당한 때가 되면 열매로 나타난다. 짧은 시간이 경과한 후에 나타날 수도 있고, 아니면 미래의 생에서 나타날 수도 있다. 선한 행위로 말미암아 생긴 삼스카라에서는 기쁘고 즐거운 열매가 맺힐 것이고, 악한 행위로 말미암아 생긴 삼스카라에서는 고통스럽고 괴로운 열매가 맺힐 것이다. 그러나 <바가바드기타>는 선과 악, 뜨거움과 차가움, 행복과 불행 등은 모두 동전의 앞뒤처럼 현상 세계의 경험에는 늘 함께 존재하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사실 영 적인 분별력이 있는 사람의 눈으로 보면, 현상 세계에 매여서 감각적인 갈망을 가지고 있는 동안에는 현상 세계의 모든 경험이 괴로운 것이다. 아트만[主人空]과 하나가 됨으로써 얻게 되는 행복만이 참 행복이다. 그 외의 모든 행복은 상대적이고 일시적이기 때문에 헛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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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7. 보는 자와 보여지는 대상을 동일시하는 에고의식[我想]이 제거되어야 할 괴로움의 원인이다.

'보는 자'란 우리의 진정한 본성인 아트만[主人空]을 가리킨다. '보여지는 대상'은 마음과 감각 기관을 포함한 현상 세계 전체를 말한다. 실제로는 '둘이 없는 하나'인 아트만[主人空]만이 존재하지만, 마야로 인한 거짓된 동일시로 말미암아 개체의 에고의식[我想]이 생긴다. 이것이 우리가 처한 곤경이다. 에고의식[我想]이 생기면 아트만은 가려지고, 한 순간도 쉬지 않고 마음을 흔드는 생각의 물결에 따라 울고 웃는 것이 '나'라고 생각한다. <바가바드기타>에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다.
"깨달은 이는 알고 있다.
보고, 듣고, 만지고, 냄새 맡으면서도
또 먹고, 걷고, 잠자고, 숨쉬면서도
'나[主人空]는 아무것도 행하지 않는다'는 것을.
그는 알고 있다.
말하고, 배설하고, 잡으면서도
또 눈을 떴다 감았다 하면서도
감각들이 대상을 만나 적절한 반응을 보이고 있을 뿐
'나[主人空]는 아무것도 행하는 바가 없다'는 것을."
(바가바드기타 5:8-9)
감각에 묶인 '나'를 '참 나'라고 생각하는 동안에는 '참 나'인 아트만[主人空]을 알 길이 없다. 자신의 본성이 主人空임을 알지 못하면 현상세계 경험의 종노릇하는 신세를 한탄하면서 고통의 바다를 한없이 떠다닐 수밖에 없다.
스와미 비베카난다의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전해 주고 있다. "옛날에 신들의 왕인 인드라가 돼지가 되어 돼지우리 속으로 들어가 다른 돼지들과 함께 오물 더미 속에서 뒹굴었다. 그는 마음에 드는 암퇘지와 짝을 맺고 새끼 돼지들도 여럿 낳았다. 그는 매우 행복했다. 그러던 어느 날 그의 딱한 처지를 보고 안쓰러운 마음이 든 다른 신들이 돼지로 살고 있는 인드라를 찾아와 말했다. '당신은 신들의 왕입니다. 모든 신들이 당신의 휘하에 있는데 이게 도대체 무슨 꼴입니까?' 인드라가 대답했다. '신경 쓰지 마시오. 나는 여기가 좋소. 이렇게 예쁜 마누라와 귀여운 새끼들이 있는데 하늘나라가 뭐 부럽겠소.' 인드라를 찾아온 신들은 어처구니가 없었다. 생각다 못해 그들은 돼지들을 한 마리씩 차례대로 모두 죽이기로 결심했다. 마누라와 새끼들이 모두 죽자 인드라는 통곡하며 울기 시작했다. 신들은 인드라가 쓰고 있던 돼지 껍데기를 벗겨 냈다. 그러자 돼지 속에서 나온 인드라는 큰 소리로 웃기 시작했다. 돼지가 되었던 끔직한 꿈을 통해서 깨달은 바가 있었기 때문이다."
비베카난다의 이야기는 계속된다. "인드라도 돼지가 되었을 때는 돼지의 삶이 유일한 삶이라고 생각했다. 게다가 한 술 더 떠서 우주 전체를 돼지의 삶 속으로 끌어들이고 싶어서 안달복달했다. 아트만[主人空]을 현상계의 그 어떤 것과 동일시하면, 아트만은 순수하고 무한하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다. 아트만은 누구를 사랑하지 않는다. 사랑 그 자체이다. 아트만은 무엇에 대해 아는 바가 없다. 앎 그 자체다. 아트만[主人空]이 사랑한다거나, 안다거나, 존재한다고 말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 사랑, 앎, 존재는 아트만의 속성이 아니라 본질이다. (아트만 속에는 사랑하는 주체와 사랑 받는 대상이 없다. 아트만이 그저 사랑일 뿐이다. 아트만 속에는 아는 자와 알려지는 대상이 없다. 아트만의 본질이 앎일 뿐이다. 譯註) 사랑이나 존재나 앎을 어떤 대상과 연결시켜 생각할 때, 그대는 그런 것들이 그 대상의 속성이라고 말할 것이다. 하지만 사랑이나 존재나 앎은 대상이 가지고 있는 속성이 아니라, 그 대상의 主人空인 아트만의 본질이 나툰 것이다. 무한한 존재 아트만[主人空]은 태어나는 일도 죽는 일도 없이 스스로의 빛 속에 우뚝 서 있다. 그런데 아트만은 인드라가 돼지가 되었던 것처럼 상당히 퇴화된 모습으로 나투기도 한다. 그대가 다가가서 '당신은 돼지가 아니오'라고 말하면 꽥꽥거리며 물려고 대드는 돼지처럼 말이다." 실제로는 돼지가 아닌 돼지는 때에 따라서는 매우 위험한 짐승이 되기도 한다.
타마스 구나의 힘이 커지면 자신을 혼란스럽게 하는 것을 적대시하고, 새로운 사상에 질색을 한다. 특히 삶의 형태를 바꿀 것을 요구하는 가르침에 대해서는 더 심하게 반발한다. 그래서 영적인 스승들이 와서 우리는 돼지가 아니라 하느님[主人空]이라고 말해 줄 때 그들을 핍박하고 죽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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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8. 보여지는 대상은 밝음[사트바 구나], 활동성[라자스 구나], 우둔함[타마 스 구나]이라는 세 가지 요소로 이루어져 있다. 이 세 요소의 결합으로 부터 온 우주가 전개되어 나온다. 마음[意根]과 감각 기관[五智根과 五作根]을 포함하여 물질[五大]과 물질의 미세한 본질[五唯]이 모두 구나 들의 결합에서 비롯된 다. 보여지는 대상으로서의 우주가 전개되어 나 오는 목적은 두 가지이다. 즉 '보는 자'인 主人空이 그것을 보고, 그로인 해 해탈에 이르고자 함이다.

이 구절의 마지막 문장은 오물 더미 속에서 뒹굴면서 거기에서 나오려고 하지 않는 '돼지-인간'들에게 주는 파탄잘리의 대답으로서, 이 책 전체에서 가장 중요한 구절 중에 하나이다.
엄밀한 의미에서는 모든 감각 경험이 고통스러운 것이라고 말하면 '돼지-인간들'은 화를 내며 비웃는다. 그들에게는 그런 이야기가 소심하고 현실 도피적인 말로 들리기 때문이다. 그들은 소리친다. '즐거움을 두려워할 이유가 어디 있느냐'고. 결과야 어찌되든, 순간 순간 다가오는 즐거움을 굳이 마다할 이유가 무엇이냐고 항변한다. 그들은 자기들이 좋아하는 시인들의 시구를 인용하며(사실 '돼 지-시인들'이 쓴 아름다운 시들이 많다) '기쁨으로 들뜬 한 순간이 무미건조한 일생보다 가치가 있다'고 말한다. 그들의 입장에서는 모든 감각 경험이 고통이라고 말하는 파탄잘리가 즐겁게 노는 아이의 놀이를 중지시키는 고리타분한 할머니처럼 보일 것이다.
파탄잘리는 '돼지-인간들'의 이런 항의에 대답한다. "실제로 두려워하는 것은 내가 아니라 당신들이다. 당신들이야말로 경험이 무엇인지를 모르고 사는 사람들이다. 당신들은 이런 저런 기쁨에 대해 말한다. 하지만 당신들은 진정한 기쁨이 무엇인지를 알지 못한다. 기쁨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한 번도 깊이 생각해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감각 경험의 세계인 이 우주는 두꺼운 책과 같다. 주의를 집중하여 이 책을 끝까지 읽어본 사람은 이 우주 속에는 아트만[主人空] 밖 에 없다는 것을 안다. 주의 깊은 독자는 이 책의 매 페이지에서 무언가를 배울 것이다. 그리고 다음 페이지로 넘어갈 것이다. 그런 이에게는 한 페이지, 한 문 장도 버릴 게 없다. 모든 경험이 다 나름대로의 의미와 가치를 지니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당신들은 앞으로 나갈 생각은 하지 않고 매일 똑같은 페이지만을 읽고 있다. 그래서 매일 의미 없는 똑같은 경험을 반복하는 것이다. 마치 잠에서 덜 깬 사람이 책을 읽는 것처럼, 무슨 뜻인지도 모르면서 그저 매일 똑같은 페이지만 쳐다보고 있지 않은가 말이다." 인도의 속담 중에 이런 말이 있다. "꿀단지 속에 들어간 꿀벌은 꿀 속에 다리가 빠져 나오지 못한다." '돼지-인간들'이 사는 모습이 꼭 이와 같지 않은가? 꿀단지에 빠져 죽는 꿀벌의 신세를 면하려면, 매 순간 정신을 바짝 차리고 무엇이 실재고 무엇이 비실재인가를 명확히 식별하는 노력을 통해 삶의 진정한 의미를 찾아 나가는 길밖에 없다. 이런 자세로 사는 사람은 모든 경험을 수용할 수 있다. 즐겁다고 붙잡아 두려고 하지도 않을 것이고, 괴롭다고 피하려고 하지도 않을 것이다. 이렇게 되면 아무 것도 그를 해치지 못한다. 진리는 어디에나 존재한다. 모든 경험, 모든 대상 속에 진리는 감추어져 있다. 아무리 하찮은 것처럼 보이는 것 속에도, 그리고 평범한 일상사 속에도 깨달음에 이르는 열쇠가 감추어져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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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9. 구나의 전변(轉變)은 물질, 물질의 미묘한 본질, 우주적인 자아의식, 그 리고 완전한 평형 상태라는 4단계를 거치면서 이루어진다.

여기서 파탄잘리는 1-17의 해설에서 다룬 내용을 요약해서 말하고 있다. 현상으로서의 우주가 전개되지 않고 잠재 상태로 있는 동안에는 각 구나들이 '완전한 평형 상태'를 이루고 있다. 구나들의 균형이 깨지면서 우주가 전개되기 시작 할 때, 맨 먼저 '우주적인 자아의식'인 마하트[大原因]가 잠을 깬다. 그 다음에는 구나들의 다양한 힘의 결합에 의해 마음[개인적인 자아의식, 즉 아함카라]과 '물질의 미묘한 본질'[五唯]이 형성된다. 그 다음에는 최종 단계로 '물질(우주)'[意根, 五智根, 五作根, 五大]가 탄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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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 보는 자인 아트만[主人空]은 순수 의식(純粹意識)이다. 순수 의식으로서 의 아트만은 시시때때로 변하는 마음이라는 옷을 입고 나타나지만, 그 자체는 변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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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 보여지는 대상[현상 세계]은 오로지 보는 자[主人空] 자신의 목적에 기 여하기 위해서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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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2. 해탈[영원한 자유]에 이른 자에게는 현상 세계가 존재하지 않는 비실재 이지만, 아직 현상 세계를 실재처럼 경험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는 까닭 에 현상 세계는 실재하는 것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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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3. 보는 자[아트만]와 보여지는 대상[프라크리티]는 하나인 것처럼 결합하 고 있는데, 그런 상태를 거치지 않고는 보는 자와 보여지는 대상의 진 면목(眞面目)이 밝혀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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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4. 보는 자와 보여지는 대상의 결합은 無知에서 비롯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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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5. 無知가 제거되면 이 결합도 깨진다. 그러면 모든 괴로움이 사라지고 보 는 자[主人空]의 보는 힘만이 순수하게 빛나며, 오직 보는 자만이 존재 하는[唯我獨尊] 상태가 된다.

이 이야기들은 역설적이다. 파탄잘리는 보는 자인 아트만과 보여지는 대상인 현상 세계가 결합한 이유가 스스로 아트만과 현상 세계의 본성을 알기 위함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그런 결합이 이루어진 이유는 無知 때문이라고 한다. 도무지 헷갈리는 얘기가 아닐 수 없다. 파탄잘리는 어느 정도 無知를 인정하고 수용하는 듯이 보인다. 이 점 또한 아리송하다. 無知는 분명히 바람직한 것이 아니다. 만약 無知가 없었다면 아트만으로부터 소외되는 일도 없었을 것이고, 그러면 항상 자신의 본성이 아트만임을 알고 지낼 수 있지 않았겠는가? 파탄잘리의 이야기는 감옥에 갇힌 죄수가 "나는 출옥하여 자유롭게 살기 위해서 여기에 들어왔다"고 말하는 것과 비슷하다. 죄를 짓지 않았다면 감옥에 갇힐 이유도 없었을 텐데 말이다.
그러나 기억해야 할 점이 있다. 즉 우리가 가지게 되는 이런 의문 역시 無知의 산물이라는 사실이다. 마야[幻影]에 몸을 담고 있는 입장에서는 마야의 본질을 알지 못한다. 상대적인 가치 기준에 얽매어 있는 우리가 無知의 굴레는 옳다 또는 그르다고 판단하는 것은 절대적인 가치를 지니는 것이 아니다. 다만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은 해탈의 경지에 들어간 성자들은 자신의 삶에 다가오는 것들을 쓰다 달다 판단하지 않고 담담하게 받아들인다는 사실이다. 그들은 마야 세계를 두려워하거나 싫어하지 않고, 마치 어린아이가 놀이를 하듯이 재미있게 즐긴다.
생의 마감을 앞두고 스와미 비베카난다는 이렇게 말했다. "나는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났다는 것이 기쁘다. 또 여러 가지 고통을 겪은 것과 크고 작은 실수를 많이 한 것도 기쁘다. 그리고 육체를 벗고 평화에 들어가게 된다는 것이 기쁘다." 역설처럼 보이는 아트만과 프라크리티의 결합 앞에서 의심과 혼란이 생기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그 이유가 무엇인가를 캐내는 철학적인 작업에 시간을 허비하는 대신, 이미 여행을 마치고 대자유의 세계에 우뚝선 성자들의 장엄한 모습에 시선을 돌려야 하지 않을까? 그들은 함께 가자고 우리에게 손짓을 하고 있다. 아직은 그 세계에 대해 확실히 알지 못해도, 그들의 영광스러운 승리야말로 믿고 따를 만한 최고의 증거가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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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6. 無知는 자기가 아트만[主人空]임을 의식하는 '깨어 있음'이 지속될 때 제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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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7. 자신이 보는 자[主人空]라는 깨달음을 얻은 자에게는 일곱 종류의 초월 적인 통찰력이 생긴다. (또는 일곱 단계를 거치면서 궁극적인 깨달음에 도달한다. 譯註)

일곱 종류 또는 일곱 단계는 다음과 같다.
1). 모든 영적인 지혜의 근원이 자신의 내면에 있다는 깨달음. 즉 하느님의 나라가 자기 안에 있다는 깨달음: 이 점에 대해 스와미 비베카난다는 말한다.
"그대는 오랜 세월 동안 세상 곳곳을 돌아다니며 찾아 헤매고, 이 사원에서 저 사원으로 이 교회에서 저 교회로 방황하다가 결국은 출발한 자리인 그대의 영혼 속으로 되돌아오지 않을 수 없으리라. 돌아온 그대는 그토록 찾아 헤매던 '그'를 그대의 내면에서 발견할 것이다. 그대는 그대의 내면에 존재하는 '그'를 찾아 그토록 오랜 세월을 떠돌아다닌 것이다. 울기도 했고 목이 터져라 기도도 했을 것이다. 하지만 신비의 장막에 가려 있던 '그'는 그대에게 가장 가까이에 있느니, 그대 자신의 '참 나'가 곧 그대의 생명과 육체와 영혼의 근원인 '그'이기 때문이다."
이 말은 매우 감동적이다. 그리고 받아들이기가 그리 어렵지 않다. 하지만 이런 진리에 대한 깨달음이 흔들리지 않는 경지에 이르기는 쉽지 않다. 머리로 그게 진리라고 인정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또 일시적인 종교적 감정이나 순간적인 빛을 체험하는 것도 충분치 못하다. 내면에 主人空이 거하고 있다는 깨달음이 한 순간도 단절되지 않고 지속어야만 첫 번째 깨달음의 단계에 도달했다고 말할 수 있다. 이 첫 번째 단계에 도달하면 아트만[主人空]과의 합일이 의심할 여지가 없는 사실로 받아들여진다. 이 상태가 되면 외적인 장애물은 힘을 잃는 다.
2). 괴로움의 소멸: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괴로움은 외적인 현상 세계에 대한 애착이나 거부감에서 비롯된다. 그런데 마음이 내면으로 방향을 전환하여 아트만을 깨닫는 쪽으로 기울면 외적인 대상에 대한 애착과 거부감은 그 힘을 잃는다. 우리는 이미 이와 관련된 가르침인 "요가란 고통과 만나는 접촉점을 부수는 것"이라는 <바가바드기타>의 한 구절을 인용한 적이 있다.
3). 삼매, 즉 아트만과 합일되었다는 완전한 각성(覺醒): 삼매 상태에 들면 외적인 대상은 사라지고 아트만[主人空]의 절대 존재, 순수 의식, 충만한 기쁨만 이 경험된다. 여기에는 더 이상 너와 나의 구별이 존재하지 않는다. 샹카라의 <최고의 보석 식별지>라는 책에는 삼매를 경험한 제자가 이렇게 말하는 장면이 나온다. "내 마음이 마치 브라흐만의 거대한 바다에 떨어진 우박 덩어리처럼 느껴졌다. 바다 표면에 닿는 순간 나는 브라흐만과 하나가 되었다. 일상적인 의식으로 되돌아온 지금도 나는 여전히 아트만의 기쁨 속에 있다. 세상은 어디로 갔는가? 누가 세상을 치워 버렸는가?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나는 세상을 보았다. 그러나 이제 세상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 얼마나 놀라운 일인가! 여기 끝없는 기쁨이 넘치는 브라흐만의 바닷가 있다. 브라흐만과 떨어져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그러니 무엇을 받아들이고 무엇을 거부하랴. 나는 더 이상 의심의 여지가 없이 분명히 알았다. 내가 곧 영원한 기쁨인 아트만[主人空]이라는 사실을. 모든 것이 다 '나'라는 사실을."
4). 자유로움: 삼매에서 나온 사람은 일상적이 의식 상태로 되돌아온다. 그러나 대상 세계에 대한 그의 의식은 별 생각 없이 외적인 세계를 대하는 우리의 의식 상태와는 사뭇 다르다. 삼매의 경지에 올라간 사람은, 외적인 세계를 그저 그런 것으로 초연하게 바라본다. 그는 현상 세계에 미혹되지 않는다. 즉 主人空의 나툼인 현상에 홀려서 그 현상의 원인인 主人空 자체를 잊어버리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그는 현상 세계를 독립된 실체로 보지 않고, 마치 물위에 지나가는 그림자처럼 바라본다.
이 상태에 이르면 더 이상 이 세상의 책임이나 의무에 속박되지 않는다. 이런 사람에 대해 <바가바드기타> "그는 행위로부터 분리되었다."고 말한다. 이 말은 그가 아무 것도 하지 않는다는 뜻이 아니다. 깨달은 성자들은 그 반대다. 오히려 더 활동적이다. 활동적으로 가르침을 펴는 성자들에 대해 스리 라마크리슈나는 이렇게 말했다. "그들은 마치 자기가 바다를 건널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저쪽 편 언덕으로 실어다 주는 큰배와 같다." 하지만 깨달은 성자들의 행위는 보통 사람들의 행위와 다르다. 왜냐하면 그들은 아무런 집착이나 욕망도 가지지 않고 행하기 때문이다. 보통 사람들의 행위는 자발적이지 못할 때가 많다 .대부분의 행위가 과거의 카르마와 감각적인 대상에 얽혀서 혼란스럽다. 하지만 깨달은 사람의 행위는 문자 그대로 자발적이다. 그래서 다른 사람이 이해하기 어려운 괴상한 행동을 아주 자연스럽게 하는 경우도 있다. 때에 따라서는 미친 사람처럼 보이기도 한다. 흔히 하는 말로 '제 멋대로 사는 사람'으로 보이는 것이다. 어떤 사람이 훌륭하다고 소문난 스승을 찾아와서 그리스도가 열매를 맺히지 못한 무화과나무를 저주해서 말라죽게 한 이유가 무엇이냐고 질문했다. 그러자 스승은 빙그레 웃으면서 "그대가 그리스도가 되시오. 그러면 그가 왜 그랬 는지 알 수 있지 않겠소?"하고 대답했다고 한다.
5). 마음과 대상 세계 모두가 主人空을 위해서 존재한다는 깨달음: 마음과 대상 세계는 아트만이 자신의 본성을 깨닫는데 사용하는 도구다. 마치 사다리 너머로 올라가기 위해서 사다리를 사용하는 것처럼, 마음은 마음을 초월하기 위해 사용되는 도구다. 사다리를 타고 지붕에까지 올라간 이후에는 더 이상 사다리가 필요치 않다. 마음도 그와 같다.
6). 이제는 마음속에 저장되어 있던 잠재 인상들[삼스카라]이 깨끗이 청소되고, 구나들의 활동도 존재하지 않는 상태가 된다. 이 단계에 이르면 잠재 인상들 과 구나들의 활동은, 어떤 고전적인 주석가의 말처럼 "꼭대기에서 굴러 떨어진 바위가 다시는 산꼭대기로 올라갈 수 없는 것처럼" 영원히 사라져 버리는 상태 가 된다.
7). 마지막 단계는 아트만과의 영원한 합일 상태이다. 이 단계에 이르면 삼매 상태의 의식 수준이 계속 유지되며, 마음의 움직임을 자기라고 생각하는 어리석음에 다시는 빠지지 않는다. 이 상태에 관해서 비베카난다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이 단계에 도달하면 마음도 아니고 몸도 아닌 그대 자신이 천상 천하에 홀로 존재한다는 것을 깨닫는다. 마음과 몸은 자기들 나름대로 활동한다. 마음과 몸의 활동을 자기라고 생각하는 것은 無知 때문이다. 그대의 진정한 본성은 아트만[主人空]이다. 아트만은 순수하고 완전하기 때문에 다른 무엇을 요구하지 않는다. 이 세상에는 이런 사실을 깨닫는 것보다 더 빛나는 것이 없다. 이것이 마지막 상태다. 이 단계에 이른 요가 수행자는 평화와 고요 속에 안주한다. 모든 괴로움과 슬픔이 사라지고, 다시는 미혹되지 않는다. 그는 자신이 완전하고 전능하며 영원한 지복이 넘치는 존재임을 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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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8. 여러 부문의 요가를 수행함으로써 (마음의) 더러움이 제거되면 최고의 빛을 발하는 아트만의 식별지[正知]가 열린다.
이제부터 파탄잘리는 요가의 '지칙'[支則], 즉 마음의 더러움을 제거하기 위 해 수행해야 하는 여러 부문의 훈련과 규칙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한다. 요가의 목적은 깨달음을 얻는데 있는 것이 아니다. 요가를 수행하는 유일한 목적은 깨달음에 장애가 되는 마음의 때를 씻어 내는 데 있다. 깨달음은 새삼스럽게 얻거나 찾을 성질의 것이 아니다. 그것은 이미 우리들 내면에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 다. 장애물이 제거되면 영원히 現存하는 아트만은 저절로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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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9. 요가는 다음과 같이 여덟 부문으로 이루어져 있다. 금지하는 계율인 금 계(禁戒, 야마), 행해야 하는 계율인 권계(勸戒, 니야마), 앉는 자세인 좌 법(坐法, 아사나), 호흡을 통해 프라나를 조절하는 조식(調息, 프라나야 마), 감각에 끌리는 마음을 제어하는 제감(制感, 프라트야하라), 마음을 집중하는 응념(凝念, 다라나), 깊은 명상인 선정(禪定, 드야나), 아트만 에 녹아드는 삼매(三昧, 사마디).

2-30. '남을 해치지 마라', '거짓말하지 마라', '도둑질하지 마라', '(성적인 욕 망을)절제하라', '탐내지 마라'는 다섯 가지 규율이 禁戒이다.

생각이나 말이나 행동으로 남을 해치지 않아야 된다. 이러한 금지는 적극적인 입장에서 보면 이웃에 대한 사랑을 키우고, 모든 것 속에 내재하는 하나의 아트만[主人空]을 보려고 노력해야 한다는 명령이다. 이 계율을 제대로 지키려면 스스로를 다른 사람의 종으로 생각하고, 그들의 요구에 언제든지 자신을 내줄 준비를 갖추고 있어야 한다. 물론 악한 목적으로 우리의 도움을 요청할 때도 그렇게 하라는 말은 아니다. 악한 행위 자체가 禁戒의 목적에 어긋나는 것이기 때문이다. 세상에 도움을 주는 사람은, 누구나 이용하려면 이용할 수는 있지만 가는 방향은 이미 정해져 있는 전차와 같은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생각과 말이 사실과 부합되고 진실해야 한다. 스리 라마크리슈나는 "진정한 영성이란 가슴과 입술을 일치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사실이 그렇더라 도 상대방에게 상처를 주는 잔인한 말은 삼가야 한다. 그런 경우에는 침묵을 지켜라.
단지 도둑질을 하지 않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못하다. 사람이나 물건에 대한 탐심이 없어져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 세상에 우리의 소유라고 할 것이 하나도 없다는 사실을 알아야만 한다. 우리의 소유라고 하는 것들은 잠시 빌려 쓰고 있는 것일 뿐이다. 그러므로 꼭 필요한 것만을 빌리고, 빌린 것은 올바른 방법으로 사용하는 것이 우리들의 의무다. 필요 이상으로 가지거나, 가지고 있는 것을 낭비하는 것은 다른 이에게 돌아갈 몫을 훔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절제하라'는 것은 생각과 행동으로 순결을 지키라는 말이다. 성적인 욕망으로부터 자유를 얻으면 마음이 순결해진다. (깨달음에 이르지 못한 사람의) 성관계는 필연적으로 집착과 연결되어 있다. 그런데 어떤 형태의 집착이든, 집착은 모두 깨달음을 방해하는 장애물이다.
'탐내지 마라'는 계율 역시 '공짜를 바라지 마라'는 뜻으로 새롭게 이해하여야 한다. 예를 들어 선물을 받고 싶어하는 마음은 일종의 공짜를 바라는 마음으로 탐심에 속한다. 스와미 비베카난다는 이런 말을 했다. "선물을 받는 자의 마음은 주는 자의 마음에 얽힌다. 따라서 선물을 받는 것은 마음의 독립성을 파괴하고 노예근성을 키우는 경향이 있다." 선물을 받고자 하는 것도 탐심이라면, 탐심을 품지 않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파탄잘리는 평범한 사람들이 아니라 요가를 수행하기로 결심한 구도자들을 대상으로 엄격한 훈련 지침을 제공하고 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세상에서는 선물이란 좋은 것으로 통한다. 선물을 통해 관심과 애정을 표현한다는 것이 일반적이 사고방식이다. 하지만 선물에는 분명히 욕심을 자극하는 부정적인 요소가 있다. 사업상의 선물인 뇌물일 경우에는 더 말할 필요도 없다. 이렇게 볼 때 다른 사람의 호의나 친절 을 기대하거나 쉽게 받아들이는 것 역시 엄밀한 의미에서는 탐욕의 일종이라 할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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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 이상과 같은 禁戒가 행동의 지침이 되어야 한다. (수행자는) 신분의 높 고 낮음을 막론하고 어느 때, 어떤 상황에서도 이 계율을 지켜야 한다.

파탄잘리는 예외를 인정하지 않고 어떤 변명도 용인하지 않는다. '남을 해치 지 마라'고 했으면 무조건 해치지 말아야지 이유가 붙을 수 없다. 파탄잘리는,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이 "어떤 전쟁에서 우리편이 정당한 이유를 갖고 있고, 내가 그 전쟁에 군인으로 참가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절대로 남을 해치지 않겠습니다."라고 말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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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2. '(몸과 마음을) 깨끗하게 하라', '(목숨을 유지할 최소한의 필요 이상을 구하지 말고) 만족하라', '고행하라', '스스로 연구하라[讀頌]', '(主人空 께) 헌신하라'는 것이 勸戒이다.

(고행과 讀頌과 헌신에 대해서는 2-1에 대한 해설을 참고하라. 譯註)

몸과 마음을 함께 깨끗이 해야 한다. 만약 자기 자신을 아트만[主人空]이 거하는 처소로 여긴다면 몸과 마음을 깨끗하게 할 생각은 저절로 들것이다. 마음만 깨끗하면 됐지 몸이야 더럽든 깨끗하든 무슨 상관이 있느냐는 생각은 최소한 수행자의 입장에서는 옳지 않다. 수행자가 겉을 깨끗이 하는 것은 대단히 중요하다. 왜냐하면 겉과 속은 서로 영향을 주고받기 때문이다. 겉을 씻음으로써 마음도 씻겨진다. 심신이 피곤할 때 뜨거운 물로 목욕을 하고 나면 몸만 깨끗해지는 것이 아니라 '마음'도 개운해지는 법이다.
육체의 내부 기관들도 적절한 음식을 절제해서 섭취함으로써 정화되어야만 한다. 그래야만 제 기능을 발휘한다. 정신도 마찬가지이다. 책을 읽는 것과 말하는 것을 절제하여 적절히 읽고 적절히 말함으로써 정신이 맑아지고 힘을 얻는다.
우리는 영적인 사회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 물론 이 말은 어떤 사람이나 어떤 주제들은 '세상적'이라거나 '죄'라고 배척하는 배타적인 타부를 만들라는 뜻이 아니다. 그런 부정적인 청교도 주의는 자기만 옳다는 교만을 키우고, 스스로 반대하고 있는 것을 은밀히 바라는 정신적인 함정에 빠지게 만든다. 문제는 우리들의 태도다. 항상 깨어 있을 수 있다면, 어떤 사람을 만나거나 무엇을 보더라도 배울 게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항상 깨어 있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므로 수행의 초보자는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조심하지 않으면 안되는 것이다. 쓸데없는 잡담이나 다른 사람에 대한 비평, 또는 텔레비전 연속극이나 코미디 등은 위험하다. 그저 지나가는 얘기로 흘려 버리면 되려니 생각하겠지만,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그 분위기에 물들어 집착이나 혐오나 갈망이 생겨 마음이 더러워지기 때문이다. 마음을 깨끗하게 유지하려면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항상 깨어 있는 수밖에 없다. 성 프란시스 드 살레는 이렇게 말한다. "일단 (정신의) 균형이 깨지면 가슴은 더 이상 주인 노릇을 하지 못한다."
"모든 사람에게 항상 신에 대해 얘기하라."고 가르치는 힌두교 성자가 있다. 이것은 매우 의미심장한 충고다. 신에 대해 얘기하라는 것은 소위 '종교적인' 주제만을 선택해서 말하라는 뜻이 아니다. 극히 '세상적인' 일일지라도 그 밑바닥에는 영적인 실재가 감추어져 있는 법이다. 그러므로 '신에 대해 얘기하는 것'은 '무엇'을 얘기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얘기하느냐의 문제이다. 또 '신에 대해 얘기하라'는 것은 '하느님'이니 '영혼'이니 '기도'니 하는 등의 낱말을 섞어 가며 말하라는 뜻도 아니다. 그런 말들은 감정적으로 동조하지 않는 사람들의 귀에는 매우 거슬린다. 그들은 그런 말을 하는 사람을 거룩한 단상에 앉아서 자기들을 마치 저 아래 있는 죄인 취급하는 것이 아니냐고 느낀다. 이래서는 곤란하다. 우리는 혼란스러운 상태이긴 하나 누구나 각자 나름대로 인생의 의미를 찾고 있으며, 기꺼이 그런 주제에 관한 대화를 나눌 준비가 되어 있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이렇게 인정만 한다면 그들이 처한 상황을 고려하여 그들 이 사용하는 어휘를 써 가며 훨씬 더 유익한 대화를 나눌 수 있지 않겠는가. 상대방의 관심사에 진심으로 귀를 기울이며 애정을 갖고 솔직한 태도로 대화에 임한다면, 일상적인 주제에 관해 얘기를 나눈다 할지라도 말없는 중에 영적인 교감이 이루어질 것이고, 그로 인해 놀라운 삶의 변화가 뒤따를 것이다.
고행과 讀頌과 헌신에 대해서는 2-1의 해설을 참고하고, 여기서는 '만족하라'는 계율에 주목해 보자. 물론 '만족하라'는 말은 자기에게 주어진 것에 만족함으로써 갈망과 동요로부터 벗어나라는 뜻이다. 종교 지도자들 중에는 의롭지 않은 현실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것도 죄악이라고 목청을 높이는 사람들이 있다. 그 들의 입장에서 보면 '현실에 만족하라'는 파탄잘리의 가르침이 잘못돼도 한참 잘못된 것으로 보일 것이다. 그러나 파탄잘리의 가르침은 자기에게 주어진 현실에 만족하라는 것이지 다른 사람들의 어려운 처지를 모른 체 하라는 뜻은 아니다. '만족하라'는 계율을 지킨답시고 다른 사람의 어려운 처지를 모른 체 하는 것은 냉혹한 무관심이다. 수행자에게는 더 잘살아 보려고 몸부림치는 다른 사람들의 노력을 꾸짖을 권한이 없다. 그 보다는 한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상대적으로 불운한 사람들이 더 좋은 환경에서 더 좋은 삶의 질을 누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도와주어야 한다. 그게 수행자의 의무다. 수행자라면 보상을 기대하는 심리나 이기적인 동기가 배제된 상태에서 자발적으로 이웃을 도와야 한다. 이것이 진정한 '헌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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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3. 요가 상태에 이르지 못하도록 방해하는 생각이 일어나면, 그에 반대되 는 생각의 물결을 일으켜(서 방해되는 생각을 잠재워)야 한다.
부정적인 생각의 물결을 긍정적인 생각의 물결로 잠재우는 것에 대해서는 1-5의 해설을 참조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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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4. 요가를 방해하는 장애물인 폭력이나 진실치 못한 행동들은 자발적으로 행한 것일 수도 있고, 강요에 의해 행한 것일 수도 있다. 또는 폭력이나 진실이 아닌 것을 묵인함으로써 결과적으로 그런 일을 행한 꼴이 된 경 우도 있다. 그 정도도 대, 중, 소의 구별이 있을 수 있는데, 어떤 경우이 든 탐욕이나 분노나 미망이 그 원인이다. 수행자는 이런 행동이 결과적 으로는 無知와 고통을 증가시킬 뿐이 라는 생각을 거듭 떠올림으로써 장애물을 제거해 나가야 한다.
자발적으로 한 것이든 아니면 상황에 떠밀려 어쩔 수 없이 한 것이든 간에, 우리가 생각하고 말하고 행한 모든 것은 필연적으로 그 결과가 따라온다. 행한 바에 따라 좋은 결과가 올 수도 있고 나쁜 결과가 올 수도 있다. 또는 그저 그런 결과가 올 수도 있다. 그리고 일단 결과가 오면 받지 않을 수 없다. 그러므로 은밀히 품은 악한 생각이나 아무도 모르게 행한 사소한 악행이라도 無知와 괴로움이라는 열매가 되어 그대로 자기에게 돌아온다. 이건 절대적인 자연법칙이다. 이 점을 확실히 인정할 수만 있다면 입술과 생각을 조절하기가 훨씬 쉬워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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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5. 남을 해치고자 하는 마음이 완전히 사라진 수행자에게는 아무 것도 적 의(敵意)를 보이지 않는다.

흔히 '비폭력'이라는 말을 '힘을 행사하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깨달은 자들의 '비폭력'은 힘을 행사하지 않는 소극적인 것이 아니다. 그들의 비폭력은 엄청난 정신적인 힘을 가지고 있다. 모든 생각과 행동에서 폭력의 그림자가 완전히 사라지면, 폭력이나 적의가 발붙일 곳이 없는 긍정적인 분위기가 그 주위에 창조된다. 동물들은 그런 분위기에 민감하다. 야생 동물을 채찍으로 다스릴 수 있다. 하지만 그건 일시적인 효과밖에 없다. 노련한 조련사들은 해치고자 하는 마음을 가지지 않는 것만이 야생 동물을 길들이는 가장 좋은 방법이 라는 것을 알고 있다. 물리면 즉사할 수밖에 없는 무시무시한 독사를 가지고 노는 사람은 말한다. "이 뱀은 내가 절대로 자기를 해치지 않으리라는 것을 알 고 있지요."
스와미 비베카난다는 말했다. "아힘사(비폭력)의 기준은 질투심과 경계심이 있느냐 없느냐이다. 이 세상의 소위 유명한 사람들은 거의 모두 보잘것없는 이름, 하찮은 명예, 한 조각의 빵을 놓고 서로 질투하고 경계한다. 이렇게 질투심과 경계심이 마음속에 남아 있는 한 아힘사로부터는 거리가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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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6. '거짓말하지 마라'는 계율을 완전히 지켜 진실 됨이 확립되면 그가 말 하고 행하는 모든 것이 진실이 된다.

일반적으로는 말과 행동이 어떤 사실에 부합되어야만 진실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모든 거짓을 제거하고 진실 됨을 확립한 수행자의 경우에는, 그가 말하고 행하는 모든 것이 진실이 된다. 그가 사실에 '따르는' 것이 아니라 사실이 그를 따르는 것이다. 그는 거짓말을 하기는커녕 상상도 하지 못한다. 그러니 그가 말하는 모든 것이 진실이 될 것은 당연한 이치이다. 그가 말하면 말한 대로 사실이 된다. 누군가를 축복하면 그대로 이루어진다. 받는 사람이 그런 복을 받을 만 한 사람인지 그렇지 못한 사람인지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에게는 병을 고치는 능력도 있다. 질병으로 고통을 호소하는 사람에게 '알았다' 또는 '이젠 괜찮다'고 말만 해주어도 그대로 낫는다. 소위 '카르마의 법칙'을 초월하는 힘을 발휘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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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7. '도둑질하지 마라'는 계율을 완전히 지킬 수 있게 되면, 아무 것도 부족 함이 없는 부요가 따른다.

이 구절은 두 가지로 해석할 수 있다. 첫째, 탐심이 사라지면 무엇이 부족해 서 궁핍하다는 생각에서 해방을 받게 된다. 즉 외적인 상황은 변한 게 없어도 이 세상에서 가장 부유한 사람으로 변하는 것이다. 둘째, 물질적인 탐욕을 버린 사람에게는 실제로 풍성한 물질이 따라온다. 비베카난다는 이 점에 대해 "떠나면 떠날수록 물질은 그대에게 더 가까이 따라온다. 그대가 전혀 돌보지 않아도 물질은 기꺼이 그대의 종이 된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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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8. '(성적인 욕망을) 절제하라'는 계율을 철저하게 지키면 영적인 에너지 가 생긴다.

실제로 행하는 상상하든, 모든 성행위는 생명력을 소진시킨다. 따라서 성적인 욕망을 절제하면 생명력이 보존되고, 그 생명력은 깨달음을 촉진하는 영적인 에너지로 승화된다. 영적이 스승은 이 에너지로 제자들의 마음에 깨달음을 전달한다. 진정한 종교는 빛이나 열이 전달되는 것처럼 전달되는 것이다. 역사나 수학을 가르치듯이 가르치는 '가르침'이 결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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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9. '탐내지 마라'는 계율을 완벽하게 지킬 수 있게 되면, 자신의 과거와 현 재와 미래에 대해 알게 된다.

집착과 갈망은 깨달음을 방해하는 장애물이다. 절벽에 매달린 사람이 눈앞의 바위벽만 쳐다보고 있으면, 자기가 어디서 출발해서 어떻게 올라왔는지도 알 수 없고 어디로 올라가야 할지도 알 수 없다. 마찬가지로 눈앞의 현실에 집착하여 탐내는 사람은 과거에서 현재를 거쳐 미래로 이어지는 자신의 여행의 전 과정을 보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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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 '(몸과 마음을) 깨끗하게 하라'는 계율을 잘 지키면, 육체에 대해 무관 심해질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과의 육체적인 접촉을 싫어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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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1. 마음이 정화(淨化)되면, 희열과 집중력과 감각 기관을 제어하는 능력과 아트만[主人空]을 직관하는 힘이 생긴다.

이제부터는 勸戒를 수행할 때 생기는 결과에 대한 설명이다. 육체는 겉으로 나타난 意識이다. 따라서 마음이 정화되어 갈수록 육체와 자신을 동일시하는 감각이 점점 힘을 잃는다. 그리하여 결국은 육체를 그저 잠시 입고 지내는 옷처럼 여기게 된다. 그 단계가 되면 육체적으로 다른 사람과 접촉하고자 하는 갈망이 사라진다. 더 이상 상대방의 육체와 그 안에 거하는 主人空을 혼동하지 않기 때문이다. 진정으로 상대방 속에 거하고 있는 主人空을 알고 사랑한다면 외적인 만남이나 성적인 결합 같은 것은 갈망하지 않게 될 것이다. 어차피 主人空은 하나일 바에야, 主人空이 입고 있는 옷들이 서로 만나든지 만나지 못하든지 아무 상관이 없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마음이 정화되면 사람의 분위기가 바뀐다. 마음이 정화된 사람 속에서는 밝고 기쁜 성질의 사트바 구나가 지배적으로 활동한다. 비베카난다는 말한다. "기쁨 이 넘친다는 것은 종교적인 사람이 되었다는 첫 번째 증거이다. 요가 수행자에게는 모든 것이 희열이다. 누구를 만나도 기쁘다. 불행과 비참함은 죄의 결과다. 불행과 비참함은 그 외에 다른 이유로는 생기지 않는다. 침울한 얼굴을 해가지고 무슨 일을 할 수 있겠는가? 얼굴 표정이 침울하다면 밖으로 나가지 말고 골방에 틀어박혀 있어라. 그대들에게는 밖으로 나가 그런 질병을 퍼트릴 권한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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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2. '만족하라'는 계율을 잘 지키면, 더 없는 행복[無上樂]을 얻는다.

존 매스필드는 "행복한 날은 우리를 현명하게 한다."고 말한다. 매스필드의 말이 사실이라면 우리가 진정으로 행복했던 때의 상황을 분석해 볼 필요가 있다.
행복했던 때의 경험을 종합해 보면 한 가지 공통점이 발견된다. 즉 어떤 이유가 됐든 모든 애욕과 갈망이 사라진 순간 행복을 느꼈다는 것이다. 그렇다. 그런 순간이 자주 찾아왔던 것은 아니지만, 지난 일을 후회하지 않고 다가올 일에 대해 걱정하지 않으며 '지금'이라는 순간에 깊이 몰입했을 때 행복을 느꼈던 것이다. 이것이 바로 파탄잘리가 '만족하라'고 말하는 뜻이다.
물론 어떤 욕망이 충족되어도 행복을 느낀다. 하지만 그런 행복감은 오래가지 않는다. 하나의 욕망이 충족되는 순간 새로운 욕망이 생기고, 그러면 행복감도 사라지기 때문이다. 욕망이 충족됨으로써 얻는 만족은 이렇듯 덧없는 것이며, 그 자체 안에 새로운 욕망의 그림자를 품고 있다. 그대의 기억을 더듬어 보라. 욕망이 충족되었을 때 경험한 행복감이 얼마나 오래 갔던가를. 그러나 스스로 만족함으로써 얻게 되는 행복은 오래 간다.
논리적으로는 만족이 행복의 원인이 될 이유가 전혀 없다. 체험해 보지 못한 사람은 이렇게 상상할 수도 있다. 욕망이 없으면 기쁨도 모르고 슬픔도 모르는 우둔한 상태가 되는 것이 아니냐고 말이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욕망을 버린 사람에게서는 그의 내면에 거하는 主人空의 기쁨이 겉잡을 수 없이 솟아난다. 主人空의 기쁨은 우리가 쌓아 놓은 욕망과 두려움이라는 장애물을 걷어 내기만 하면 언제든지 솟아난다. 그렇지 않고서야 뚜렷한 이유도 없는데 어떻게 행복할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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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3. '고행하라'는 계율을 잘 지키면, (마음과 육체의) 불순함이 제거되고 육 체와 감각 기관에 초자연력이 생긴다.
고행을 통해 감각 기관이 정화된다. 그리고 감각 기관이 정화되면 인간 속에 잠재되어 있는 무한한 능력이 눈을 뜨기 시작한다. (여러 가지 초자연력에 대해서 는 3-16 이하에서 자세히 설명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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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4. '독송(讀頌)'을 하면 자신이 선택한 신의 형상을 볼 수 있다.
2-1에서 살펴본 것처럼, '讀頌'에는 경전을 읽는 것과 만트람을 반복하는 자파 수행이 포함된다. 거룩한 신의 이름으로 구성되어 있는 만트람은 입문 때 스승으로부터 받는 것이다 (1-27-29를 참조). 파탄잘리가 이 구절에서 말하고 있는 讀頌은 자파 수행을 가리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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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5. 이슈바라[自在神]에 '헌신'하는 수행을 하면 삼매 상태에 도달한다.
44절과 이 구절은 바크티-요가bhakti yoga에 대한 설명이다. 그러면 개념을 명확하게 하기 위해 전통적으로 가장 중요하게 여겨온 4가지 요가에 대해 살펴보기로 하자.
1). 바크티-요가bhakti yoga: 예배와 기도와 자파 수행을 주로 하는 바크티-요가는, 신을 사랑하며 신께 헌신하는 행위를 통해 신과의 합일을 추구하는 요가 다. 이 요가를 통해 예배하는 자와 예배를 받는 자인 신 사이에 직접적이고 인격적인 관계가 맺어진다. 바크티-요가 수행자는 자기가 섬길 자기 마음에 드는 구체적인 신 또는 신의 화신(化身)을 선택한다. 그것은 쉽게 사랑에 몰입하는데 도움을 준다. 바크티-요가는 가슴이 뜨겁고 단순한 사람들에게는 아주 효과적인 수행 법이다. 사실 각 종교의 거의 모든 사람들이 엄밀한 의미에서는 바크티-요 가 수행자들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 카르마-요가karma yoga: 카르마-요가는 자기를 비우고, 모든 것을 신께 바치는 행위로 여기는 수행을 통해 신과의 합일을 추구하는 행위를 통한 요가이다. 카르마-요가 수행자는 항상 올바른 목적을 위해, 올바른 방법으로, 최선을 다하는 행위를 추구한다. 그러면 점차 깨달음이 생기고 집착으로부터 벗어난다.
사다리를 이용하여 사다리를 넘어설 수 있는 것처럼, 행위[有爲]는 행위를 통해 서 초월할 수 있다. 행위를 초월하여 행하는[無爲] 사람에게는 집착이라는 굴레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그런 사람은 행위를 해도 카르마가 쌓이지 않고, 바쁘게 움직이면서도 평안함 속에 안주한다. 그리고 진짜 행위자인 主人空을 깨닫게 된다. 카르마-요가는 활동적인 사람들, 특히 사회적인 봉사의 의무가 있다고 느끼는 사람들에게 잘 맞는 수행 법이다. 카르마-요가는 그런 사람들을 일에 대한 과도한 욕심에서 벗어나도록 도와줄 것이다. 행하지 않으면서도 모든 일을 할 수 있고, 혼란한 중에도 고요할 수 있는 법을 가르쳐 줄 것이다. (노자는 이를 일컬어 '하지 않음으로써 못할 일이 없다'(無爲而無不爲)고 했다. 譯註). <바가바드기타>에서 크리슈나가 아르쥬나에게 주는 충고는 거의 대부분 카르마 -요가에 관한 것이다.
3). 즈나나-요가jnana yoga: 즈나나-요가는 지성을 통해 현상 세계의 진정한 본성을 철저하게 분석해 나감으로써 브라흐만을 발견하는 지적인 수행 법이다. 즈나나-요가 수행자는 피상적인 현상 세계를 '이것이 아니다. 이것이 아니다.'하 고 부정함으로써, 끝내는 더 이상 부정할 수 없는 브라흐만에 도달하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이 수행은 대단히 어렵다. 엄청나게 끈질긴 의지력과 명석한 두뇌를 필요로 한다. 이 수행 법은 보통 사람들을 위한 것이 아니다. 그러나 이 방법을 통해 깊은 경지에 들어간 성자들이 많다. 그들은 대부분 어떤 특정한 종교라는 테두리 속에 자신을 한정시키는 것을 거부하는 경향이 있다.
4). 라자-요가raja yoga: 흔히 '명상 요가'라고 부르는 이 수행법은, 앞서 언급한 여러 가지 요가가 혼합된 형태이기 때문에 한 마디로 정의하기가 쉽지 않다. 명상에는 신에 대한 헌신인 예배와, 자신이 선택한 신의 형상에 마음을 집중함으로써 그를 깨닫는 수행이 포함된다. 라자-요가 수행자들은 영적인 에너지의 통로인 육체에 대해서도 연구한다. 그들은 1-36에서 언급된 '심장의 연꽃'과 같은 인간의 육체 속에 있는 에너지 센터[차크라]들에 대해서 자세히 연구한다.
라자-요가는 이렇게 소위 과학적인 명상을 강조하는 수행법으로써, 명상 또는 기도하는 방법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가르쳐 준다. 이 수행법은 은둔 수도사적인 기질이 있는 사람들에게 알맞다. 또는 조용히 앉아서 관조하기를 즐기는 체질인 사람들에게 적절한 방법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크든 작든 모든 수행자들은 어느 정도 라자-요가를 한다고 볼 수 있다.
물론 너는 이런 기질이니 이 요가를 해야 하고, 또 너는 성격이 이러니 저 요 가를 해야 한다는 식으로 딱 잘라 말할 수는 없다. 다른 형태의 요가를 배제하고 '나는 이 요가만 하겠다'는 생각은 잘못이다. 진정으로 종교적인 길을 가려는 사람이라면, 어떤 요가를 선택해서 수행하든지 (바크티-요가의) 사랑과 (즈나나 -요가의) 분별력과 (카르마-요가)의 헌신적인 행위는 다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분별력이 결여된 사랑은 감상주의에 빠지기 쉽다. 그리고 사랑이 없는 분별력은 영적인 자만심을 키울 위험이 있다. 그리고 모든 사람의 삶에는 행위가 포함되어 있다. 예를 들어, 기독교는 바크티-요가의 방법으로 하느님께 접근한다. 하지만 기독교의 성자들 중에는 토마스 아퀴나스같이 즈나나 요기 타입인 사람들 과 빈센트 드 폴처럼 카르마 요기 타입인 사람들도 많다. 누구나 자기 나름대로의 방법을 선택해서 진리에 접근한다. 그 강조점에 차이가 있을 뿐이다. 그러나 어떤 요가를 선택해서 수행하든, 파탄잘리가 여기서 제시하고 있는 '요가의 가지와 규칙'은 요가의 황금률로써 누구나 따라야만 하는 것이다.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따르고 있는 바크티-요가의 길과 관련해서, 스리 라마크리슈나와 그의 제자 사이에 있었던 대화에 잠시 눈길을 돌리는 것도 좋을 듯 싶다.
제자: 선생님, 신은 형태가 있나요 없나요?
라마크리슈나: 아무도 신은 '이렇다' 또는 '그렇지 않다'고 단정적으로 말할 수 없다. 그는 형상이 없으면서 또 있다. 뜨거운 가슴을 갖고 있는 숭배자에게 그는 자신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러나 에고와 현상 세계의 모든 것을 지워버린 내적인 분별의 길을 가는 즈나나 요기에게는 신의 형상이 존재하지 않는다. 즈나나 요기에게는 모든 형상이 꿈으로 보인다. 그는 자신의 내적인 意識 속에서 브라흐만을 깨닫는다. 그는 자신이 깨달은 궁극적인 실재를 말로 표현할 수가 없다. 하지만 뜨거운 가슴의 숭배자에게는 신이 인격적인 존재로 나타난다.
브라흐만을 끝없이 넓게 펼쳐진 바다라고 하자. 숭배자의 뜨거운 사랑은 그 바닷물을 얼게 만들 수가 있다. 그러면 얼음 덩어리라는 형상이 그 앞에 나타난다. 신은 이처럼 숭배자들에게 인격적인 모습으로 자신을 드러내는 것이다. 그러나 지혜의 태양이 떠오르면 얼음은 녹아 다시 형태가 없는 바다 속으로 녹아 들어간다. 그러면 신의 인격적인 모습도 사라진다. 지혜의 빛 속에서는 에고도 사라진다. 그렇게 되면 묘사될 형상이 없어지고 묘사할 사람도 사라지는데, 누가 누구를 묘사할 수 있겠는가?
제자: 선생님, 신은 이렇다 또는 저렇다 하는 이야기가 왜 그렇게 많은 것입니까?
라마크리슈나: 그것들은 전혀 모순되지 않는다. 사람들은 각자 자기가 깨달은 대로 신을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어떻게 해서든 신을 체험하고 나면 그 모든 이야기들이 서로 틀리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 까비르는 "형상이 없는 절대 존재가 나의 아버지이고, 형상을 가진 하느님이 나의 어머니"라고 입버릇처럼 말했다.
제자: 사람이 신을 볼 수 있는 겁니까? 만약 볼 수 있다면 어째서 우리는 보지 못하는 것인지요?
라마크리슈나: 그렇다. 단언하건대 신은 볼 수 있다. 그러나 어떤 사람은 그를 형태가 있는 존재로 볼 수 있고, 어떤 사람은 그를 형태가 없는 존재로 볼 수 있다는 차이만 있을 뿐이다.
제자: 그러면 어떻게 해야 신을 볼 수 있습니까?
라마크리슈나: 그대는 불타는 가슴으로 그를 갈망하며 울어 본 일이 있는가? 사람들은 자식들과 아내와 돈을 위해서 많은 눈물을 흘린다. 그러나 신을 위해 서는 그렇게 간절하게 울지 않는다. 아이가 장난감을 갖고 놀고 있는 동안에는 엄마는 설거지를 하고 빨래를 하고 다른 집안 일을 한다. 그러다가 아이가 장난 감 놀이에 실증을 느끼고, 장난감을 내팽개치고 엄마를 찾으며 큰 소리로 울면 급히 달려와 아이를 품에 안는다. 마찬가지이다. 신을 만나려면 애지중지하던 모든 것을 내던지고 큰 소리로 울면서 그를 부르라. 그러면 그는 그대를 안아 줄 것이다.
자기가 섬기고자 하는 신을 선택한 사람은 자기가 선택한 신과 특별한 관계를 맺는다. 예수의 경우에는 하느님이 아버지였고, 라마크리슈나의 경우에는 어머니였다. 로렌스 형제는 자신을 하느님의 종으로 여겼고, 동방의 현자 그룹[超人들]은 하느님을 그리스도 아이(Christ child)라고 부르며 애정을 쏟았다. 크리슈나라는 인간의 모습으로 나타난 신을 아르쥬나는 친구처럼 생각한 반면에, 라다는 연인으로 여겼다. 바크티 요가 수행자는 이런 과정을 통해 다른 사람들과의 인간관계도 승화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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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6. 안정된 자세로 긴장되지 않게 앉는 것이 坐法(아사나)이다.

아사나라는 말에는 요가 수행자가 앉는 '자리'라는 뜻과 앉는 '자세'라는 두 가지 뜻이 포함되어 있다. '자리'라는 뜻과 관련해서 <바가바드기타>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앉는 자리는 견고해야 한다. 너무 높지도 않고 너무 낮지도 않은 깨끗한 곳이어야 한다. 그 곳에 부드러운 풀을 깔고 사슴 가죽으로 덮어라. 그리고 그 위에 천을 덮어라." 앉는 자리에 대한 이 규칙은 전통적인 것이다. 그러나 필요에 따라 얼마든지 다른 자리를 마련할 수 있다.
'자세' 또한 전통적인 규정이 있다. 가장 유명한 자세는 책상다리로 앉아서 다리를 틀어 양발을 반대쪽 다리에 올려놓는 결가부좌이다. 이 자세 말고도 훨씬 더 유연한 자세들도 있다. 문제는 흔들리지 않는 자세로 앉아 배와 가슴과 목과 머리를 일직선으로 하고, 그러면서도 긴장되지 않아야 한다는데 있다. 그래야만 몸에 신경을 쓰지 않고 명상에 몰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이런 자세로 앉는 것이 쉽지 않다. 그래서 초보자들, 그 중에서 특히 나이가 많은 사람은 의자에 앉아서 등을 꼿꼿이 펴는 자세로 앉아도 된다. 하지만 될 수 있으면 바닥에 앉는 것이 좋다. 의자에 앉는 경우, 몰입의 단계가 깊어졌을 때 굴러 떨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몸을 꼿꼿하게 하고 앉는 것이 얼마나 좋은 지는 명상을 한번도 해보지 않은 사람들도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 명상할 때가 아니라도, 등을 구부리고 앉아 있을 때보다는 곧게 펴고 앉아 있을 때가 훨씬 더 정신이 맑아진다는 것은 누구나 체험할 수 있다. 그러나 요가 수행자에게는 곧게 앉는 자세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명상에 깊이 몰입하면 영적인 에너지가 소용돌이치며 일어나는데, 그때 에너지의 통로인 척추가 곧게 열려 있어야만 에너지가 자연스럽게 상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점에 관해서는 2-49, 50에서 더 자세히 언급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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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7. 올바른 坐法은 몸의 긴장을 풀고 무한(無限)을 상상함으로써 얻을 수 있다.

자연적인 상태에서 올바른 자세로 앉기란 쉽지 않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나쁜 자세로 앉는다. 그래서 이곳 저곳에 육체적인 긴장이 생긴다. 따라서 바른 자세로 앉기 위해서는 훈련이 필요하다. 앉는 것을 훈련하는 목적은, 자연스럽게 앉아도 흔들리지 않고 그러면서도 긴장되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다. 마음이 몸을 긴장시킨다. 그러므로 몸의 긴장을 풀려면 먼저 마음의 긴장을 풀어야 한다. 본 문에서 '무한을 상상하라'는 것은 마음의 긴장을 풀라는 뜻이다. 무한한 브라흐만 자체를 상상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끝없이 펼쳐진 우주 공간은 상상 할 수 있다. 그렇게 무한한 것을 상상하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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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8. 그러면 상대적인 감각 경험의 괴롭힘을 받지 않는다.
'상대적인 감각 경험'이란 뜨거움과 차가움, 괴로움과 즐거움, 선과 악 같은 현상 세계의 경험을 말한다. <바가바드기타>에서는 이런 경험을 "반대되는 것으로 이루어진 짝"이라고 부른다.
물론 坐法만으로는 상대적인 감각 경험을 통제하지 못한다. 감각을 통제하는 힘은 신의식(神意識) 속에 몰입해야 생긴다. 그래서 파탄잘리는 신의식에 몰입하기 위한 나머지 수행에 대해 계속 언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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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9. 坐法을 완전히 익힌 후에는, 호흡을 통해 프라나[氣]를 조절하는 調息 (프라나야마)을 수습해야 한다. 調息은 들숨과 날숨 사이에 숨을 멈추 는 것[止息]을 통해 훈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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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 호흡은 들숨과 날숨, 그리고 들숨과 날숨 사이의 멈춤으로 이루어진다.
이런 성질을 가진 호흡을 위치와 시간과 수(數)를 가지고 조절하는 것이 調息이다. 調息을 통해 숨을 길고 미묘하게 할 수 있다.
프라나[氣]는 생명 에너지이다. 이에 대해서는 1-34에서 이미 살펴본 바가 있다. 생명 에너지인 프라나는 호흡을 통해서 들어오고 나가기 때문에 때에 따라 서는 '숨'이라고 번역하기도 한다. 하지만 프라나는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육체의 모든 힘과 감각 기관의 기능, 그리고 마음까지도 프라나의 작용이 다. <프라사나 우파니샤드>에는 프라나에 관한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기록되어 있다.
"브하르가바가 스승께 다가와서 물었다.
'선생님, 이 육체 속에는 얼마나 많은 힘들이 뭉쳐 있나요? 그리고 그 중에서 어떤 힘이 가장 크고 주도적 인가요?'
스승이 대답했다.
'육체 속에는 흙, 물, 불, 바람, 공기[五大]라는 다섯 가지 힘이 있다. 이 다섯 요소가 육체를 구성하고 있으며, 마음과 혀와 눈과 귀를 비롯한 다른 감각기 관들도 모두 이 다섯 가지 요소로 이루어져 있다. 하루는 이 다섯 가지 힘들이 모여서 '우리가 서로 뭉쳐 몸을 구성하고 유지하고 있다.'고 자랑스레 말했다.
그러자 그 힘들보다 뛰어난 근원적인 에너지인 프라나가 말했다. '거짓말하지 마라. 몸을 구성하고 유지하고 있는 것은 나이다. 내가 너희들을 통해 그렇게 일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프라나의 말을 믿지 않았다.
그래서 프라나는 자신이 누구인지를 입증해 보이려고 몸에서 떠날 작정을 했다. 그가 떠나려는 순간, 다섯 요소들은 프라나가 떠나면 자기들도 흩어져 버릴 것이라는 점을 깨달았다. 그들은 프라나가 떠나지 못하도록 말렸다. 프라나가 다시 자리를 잡고 앉자 다섯 요소들도 각자 자기의 위치를 다시 차지할 수 있었다. 진실로 그렇다. 여왕벌이 나가면 모든 벌이 따라 나가고 여왕벌이 들어오면 다시 따라 들어오는 것처럼, 말하는 것과 생각하는 것과 보는 것과 듣는 것 등은 모두 프라나의 들어오고 나감에 따라 들어오고 나간다. 자신들의 잘못을 깨달은 다섯 힘들은 프라나를 찬송했다.
'프라나는 불을 타오르게 하며, 태양으로 하여금 빛을 비치게 한다. 구름으로 하여금 비를 내리게 하는 것도 프라나이며, 인드라가 되어 신들을 다스리는 것 도 프라나이다. 그가 바람을 불게 하고, 달빛으로 하여금 온 누리를 적시게 한다.
그는 보이기도 하고 보이지 않기도 한다. 그는 불멸의 생명이다.'" 라자-요가의 체계에 따르면, 거대한 영적인 에너지 창고가 척추의 뿌리 부분 에 있다. 이 프라나의 창고를 쿤달리니kundalini라고 하는데, '(똬리를 틀고 있는 뱀처럼) 사리고 있는 것'이라는 뜻이다. 잠자고 있던 쿤달리니가 깨어나면 척추를 타고 여섯 개의 영적인 의식 센터[차크라]를 거쳐 정수리에 있는 일곱 번 째 의식 센터까지 상승한다. 쿤달리니 에너지가 상승하면서 새로운 의식 센터를 통과할 때마다 새로운 깨달음과 능력이 생긴다. 쿤달리니 에너지가 상승하는 과정에 대해서는 라마크리슈나의 이야기를 들어보기로 하자.
"경전들은 일곱 개의 의식 센터[차크라]에 대해 말하고 있다. 마음은 그 일곱 차크라들 중에 어느 한 곳에 머문다. 마음이 마음이 현상 세계에 붙잡혀 있을 때는 맨 아래 세 개의 차크라, 즉 생식과 배설을 맡고 있는 기관인 배꼽 아래의 차크라에 머물러 있는 것이다. 그 때는 고상한 영적인 뜻이나 비전을 가지지 못하고, 정욕과 탐욕만이 마음을 지배한다.
네 번째 차크라는 가슴에 있다. 마음이 그곳에 머물게 하는 법을 배운 사람은 최초의 영적인 각성을 경험한다. 그는 주위가 온통 밝은 빛으로 에워싸이는 체험을 한다. 그는 그 신적인 빛을 보면서 놀라움의 탄성을 지르게 된다. 그런 체험을 한 사람의 마음은 아래 단계의 차크라로 다시 내려오지 않는다.
다섯 번째 차크라는 목에 있다. 마음이 거기에 도달한 사람은 無知와 幻影에 서 벗어난다. 그는 신에 대해서 말하고 듣는 것만을 즐긴다. 그 외의 다른 이야기들은 아무런 흥미도 없고 관심도 없다.
여섯 번째 차크라는 이마[眉間]에 있다. 마음이 거기에 도달하면 밤이고 낮이 고 신의 비전을 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은 에고의 흔적은 남아 있다. ... 그때의 신의 비전은, 곧 만질 수 있을 것 같지만 유리 때문에 만질 수는 없는 유리 초롱 속의 등불과 같다.
일곱 번째 차크라는 정수리에 있다. 마음이 거기에 도달하면 삼매가 성취된다. 그리고 브라흐만을 아는 자가 되며, 브라흐만과 완전히 하나가 된다." 관습적으로 청교도적인 분위기에서 교육받은 사람에게는 라자-요가를 공부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다. 청교도 주의는 영적인 차원과 육적인 차원의 관계를 간과한 채, 영적인 것은 선하고 육적인 것은 악한 것이라는 인상을 심어 주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라자-요가는 정신과 육체는 하나의 생명력에 의해 작용한다고 가르친다. 동일한 에너지가 서로 다른 의식 차원에서 서로 다른 양태로 나타날 뿐이라는 것이다. 그 동일한 에너지가 사람으로 하여금 때에 따라서 그림을 그리게 하기도 하고, 달리기를 하게 하기도 한다. 또 기도를 하게 하는 힘과 섹스를 하게 하는 힘도 같은 에너지이다. 백화점에서 똑같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여성의류 매장에 갈 수도 있고 스포츠 용품 매장에 갈 수도 있고 또는 가구 매장이나 옥상에 있는 식당에도 갈 수 있는 것처럼, 인간의 삶에서 일어나는 모든 형태 의 활동은 동일한 에너지의 서로 다른 표현이다. (물론 오해이긴 하지만) 프로이드의 책을 읽은 사람들은 '종교는 性을 억압하는 것일 뿐'이라고 비웃는 경향이 있다. 아마 이런 말에 영향을 받아 종교를 싫어하게 된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파탄잘리는 그런 말에 코도 씽끗하지 않는다. 그는 이렇게 말할 것이다. "性은 잠재된 종교다. 性에너지를 보다 고상한 목적을 위해 사용해라. 그러면 깨달음을 얻을 것이다."
라자-요가의 가르침에 따르면, 척추에 '수슘나'sushumana라는 에너지 통로가 있고 그 통로 좌우에는 '이다'ida와 '핑갈라'pingala라는 신경의 흐름이 흐른다. 쿤달리니가 각성되면 그 에너지는 이다와 핑갈라를 타고 나선형 원주를 그리며 상승한다. 영적이지 못한 사람의 경우에는 수슘나가 닫혀 있다. 따라서 쿤달리니 에너지가 위에 있는 차크라들을 향해 상승하지 못한다. 앞에서 라마크리슈나가 배꼽이니, 가슴이니, 목이니 하면서 차크라의 위치를 설명했는데, 실제로 수슘나에는 육체의 그런 부위에 상응하는 곳에 영적인 의식 센터인 차크라들이 있다.
영적인 비전이 열린 사람들의 눈에는 차크라들이 연꽃 모양으로 보인다고 한다. 그래서 요가 문헌에서는 차크라는 말 대신 '연꽃'이라는 말을 쓰기도 한다. 비베카난다는 차크라를 생리학에서 말하는 신경총(神經叢)과 비슷한 것으로 생각하면 좋을 것이라고 말한다. 요가의 생리학에서는 신경총이 얼마나 크냐 작으냐를 문제 삼지 않는다. 요가에서는 신경총[차크라]들의 차원 내지는 단계만을 문제 삼는다.
비베카난다는 말한다. "내적인 명상이 오래 지속되면 축적된 엄청난 에너지가 수슘나를 타고 상승하기 시작한다. 상승하는 에너지가 차크라에 부딪치는 충격은 대단하다. 그 충격은 꿈이나 상상 속에서 받는 충격 보다 훨씬 크며, 육체의 감각 기관을 통해 받는 충격보다도 크다. 흔히 말하는 초자연적인 능력이나 초자연적인 지혜는 모두 쿤달리니 에너지가 수슘나를 타고 상승할 때 생기는 것이다. 사람들이 모르고 있어서 그렇지, 아주 작은 에너지가 상승해도 그런 일은 생긴다.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모든 종교의식은 쿤달리니 에너지의 상승을 목표로 하고 있다. 기도의 응답을 받았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그들의 기도를 들어준 존재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기도할 당시의 정신적인 분위기에 의해 자신의 내면에서 잠자고 있던 쿤달리니의 무한한 에너지가 약간 풀려난 결과일 뿐이다. 사람들은 무지와 두려움과 시련 속에서 신께 예배한다. 그러나 요가 수행자는, 접근하는 방법을 알기만 하면 영원한 행복을 가져다주는 어머니가 모든 존재 속에 에너지 형태로 깃들이어 있다고 선언한다. 요가는 모든 형태의 예배와 기도와 기적의 의미를 합리적으로 설명해 주는 '종교의 과학'이다." 프라나야마[調息]의 목적은 쿤달리니 에너지를 각성시키고 그 생명 에너지[프라나]를 조절하는 데 있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프라나는 주로 숨을 통해 들어오고 나간다. 그래서 프라나를 조절하기 위해 호흡 수행을 하는 것이다.
프라나야마의 핵심은 지식(止息), 즉 숨을 멈추는 데 있다. 호흡을 '위치'로 조절한다는 것은 숨을 멈추는 지점을 특정 인체 부위에 상정해 놓고 (상상으로) 숨을 거기까지 끌어들이고 멈추는 것을 뜻한다. '시간'으로 조절한다는 것은 들숨과 날숨과 멈춤의 시간을 비율로 배정해 놓고 조절하는 것을 말한다. ('수'로 조절한다는 것은 들이쉬는 시간과 멈추는 시간과 내쉬는 시간을 숫자를 세어 가면서 조절한다는 뜻으로 보인다. 譯註)
호흡을 어떻게 하느냐 하는 것은 대단히 기술적인 문제이다. 우리의 주된 관심은 파탄잘리의 영적인 가르침에 있기 때문에, 여기서는 호흡 법에 대해서 깊이 다루지 않겠다. 그러나 호흡 수행을 하려면 필히 경험 있는 스승의 지도를 받아야만 하며, 신을 탐구하는 일에 인생을 바치고자 하는 결심이 없으면 호흡 수행이 대단히 위험하다는 점은 꼭 기억해 두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심각한 정신 인 혼란이나 위험에 처하게 된다. 그저 단순한 호기심이나 허영심에서 다른 사람에게 호흡 수행을 해보라고 부추기는 것은 범죄 행위에 속한다. 쿤달리니 에너지의 엄청난 힘은 가볍게 다루거나 남용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음과 같은 호흡 법은 위험하지 않으면서도 마음을 가라앉히고 집중하는 데 도움을 준다. 오른손 엄지손가락으로 오른쪽 콧구멍을 막고 왼쪽 콧구멍을 통해 길게 숨을 들이마신다. 들이마시는 동안 숨과 함께 순수한 프라나가 들어오고 있다고 상상하며, 그것을 수슘나 왼쪽에 있는 신경관(神經管)인 이다를 통해 척추 끝 가장 밑바닥에 있는 차크라까지 내려보내 거기에 있는 에너지 바다[쿤달리니]로 보낸다. 그리고 잠시 숨을 멈추고 옴OM을 몇 번 반복해서 외운다. 그런 다음 오른손 집게손가락으로 왼쪽 콧구멍을 막고 몸 속에 있는 더러운 것들이 나가고 있다고 생각하면서 오른쪽 콧구멍을 통해 숨을 내보낸다.
그리고 이번에는 그 상태에서 오른쪽 콧구멍으로 숨을 들이마시고, 수슘나의 왼쪽에 있는 신경관인 핑갈라를 통해 척추 끝까지 내려보낸다. 마음이 고요해질 때까지 이런 식으로 호흡을 반복한다. 이런 호흡은 아무런 해가 없다. 억지로 숨을 멈출 필요도 없고, 산소 과다로 육체가 동요되는 일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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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1. 외적인 대상이나 내적인 대상에 대한 집중이 완전해지면 호흡의 제4형 태인 정지가 일어난다.
앞의 두 구절은 호흡의 세 가지 형태, 즉 들이마심과 내쉼과 멈춤에 대한 설명이었다. 그때의 調息은 의식적인 노력이 필요했다. 그러나 의식적으로 노력하지 않아도 저절로 호흡이 진행되고 멈추는 단계가 있다. 훈련을 통해 프라나를 완벽하게 조절할 수 있게 된 사람이나, 또는 調息을 수행하지 않았어도 신에 대한 헌신을 통해 높은 영적인 단계에 도달한 사람의 경우에는 집중 상태에 들어가면 호흡이 저절로 정지된다. 이런 정지가 상당히 오래 지속되어도 수행자 자신은 거기에 대한 의식이 없다. 삼매 상태에서는 몇 시간씩 숨을 쉬지 않는 경우 도 있다. 그러나 이 경우에는 아무런 위험이 없다. 그런 상태가 저절로 일어날 만큼 수행자 자신의 영적인 의식이 계발되어 있기 때문에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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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2. 그 결과 내적인 빛을 가리고 있던 덮개가 벗겨진다.
'내적인 빛'이란 실재와 비실재를 구별하는 영적인 식별력을 뜻한다.
'덮개'는 과거에 쌓아 놓은 카르마에 의해 생성된 無知를 가리킨다. 따라서 이 구절이 말하고 있는 바는, 調息을 통해 마음이 정화되면 無知가 사라진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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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3. 그러면 凝念[다라나]할 수 있는 힘이 생긴다.
凝念에 대해서는 다음 장 첫 구절에서 다시 언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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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4. 마음이 감각의 대상들로부터 분리되면 감각 기관도 대상에서 분리된다.
감각 기관은 마음에 순종하기 때문이다. 감각 기관이 대상에서 떨어지는 것을 制感(프라트야하라)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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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5. 制感이 되면 감각 기관들은 완전히 통제된다.
지방의 영주들이 중앙의 제왕의 명령에 복종하듯이, 모든 감각 기관들은 마음의 명령에 복종한다. 그러므로 감각 기관을 다스리려면 먼저 마음을 다스려야 한다. 마음에 욕망이 남아 있으면, 감각 기관들은 그 욕망의 대상을 향해 제멋대로 달려나간다. 감각 기관은 본능적으로 주인을 모방하는 동물과 같다. 만약 주인이 악하고 불결한 정욕을 품고 있다면, 감각 기관들은 마치 미친개가 어린애 물어 뜯으며 끌고 다니듯이 주인을 끌고 다닌다. 그러나 마음이 강하고 통제가 잘 되고 있으면, 감각 기관들은 충직한 하인처럼 복종한다. 이렇듯 육체적인 현상은 마음 상태가 반영된 것이다. 여기에는 예외가 없다.
마음을 통제하기 위해서는 마음이 무엇인지를 알아야만 한다. 그러나 진정으로 마음이 무엇인지를 아는 사람은 드물다. 마음이 느끼는 두려움이나 욕망 같은 것에 하도 익숙해져 있는 탓에, 그런 것들의 정체가 과연 무엇인지를 알아보려고도 하지 않는다. 그런 것들이 끊어지지 않고 울리는 북소리처럼 계속 울리면서 모든 생각의 배경을 이루고 있는데도 말이다. 그러므로 본격적인 명상의 전초전으로서, 하루에 단 몇 분씩이라도 마음을 관찰하고 마음속에서 계속 울려대는 북소리를 듣는 훈련을 하는 것이 유익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끈질긴 인내심을 가지고 자신의 마음을 객관화시키는 노력을 해야 한다. 그러면 평소에 자기가 막연히 생각하던 것과는 판이하게 다른 자신의 마음과 모습을 보게 될 것이다. 마음도 점점 더 고요해질 것이다. 마음은 스스로 만들어 낸 탐욕과 어리석음이라는 껍질에 싸여 있다. 밖에서 아무리 날카로운 비평의 칼이 날아와도 꿈적도 하지 않는다. 마음을 덮고 있는 無知의 껍질은 오직 스스로 관찰하고 확인하여 벗겨 내는 길밖에 없다. 그러기 위해서는 훈련을 규칙적으로 지속해야 한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분명히 마음을 통제할 수 있는 힘이 커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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