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네이트 판을 통해 사연이 알려지면서 웹상에서 화제가 됐던 버스 무릎녀 사건 장면. 사진과 함께 “고속버스가 고장나 3시간 늦게 도착했다는 이유로 한 여성이 버스회사 직원에게 무릎 꿇고 사과할 것을 요구했다”는 얘기가 돌았다. “승객 전원이 항의했는데 우연히 여성 한 명만 영상에 잡힌 것”이라는 설도 있다. [사진 SK커뮤니케이션즈]실제로 지난해 3월 4억1763만 건이었던 다음 아고라(텔존 포함)의 페이지뷰(코리안클릭 기준)는 올 3월 2억2085만 건으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 반면 같은 기간 2억787만 건이던 SK컴즈의 네이트 판은 올 3월에도 2억1388만 건을 기록했다. 겨울방학 기간인 올 1월 판의 페이지뷰는 3억5822만 건으로 2억4761만 건에 그친 아고라보다 페이지뷰에서 1억1061만 건가량 앞지르기도 했다. 네이트는 판의 페이지뷰가 아고라와 비슷한 수준까지 늘어남에 따라 네이트 전체 매출이 10%가량 상승했다고 추산한다. IT기업의 매출은 페이지뷰에 따라 좌우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아고라 특유의 지나친 정치색 때문에 정치색이 덜한 네티즌이 발길을 줄였기 때문으로 본다. 실제로 4·11 총선을 앞둔 4월 첫째주와 둘째주의 아고라의 페이지뷰는 각각 5082만, 5131만 건으로 같은 기간 4416만, 4667만 건을 기록한 네이트 판을 464만~666만가량 따돌렸다. 하지만 선거가 끝난 5월 둘째주 아고라의 페이지뷰는 4292만 건으로 네이트(5038만 건)보다 746만 건가량 뒤처졌다.
아고라가 정치색과 사회색이 뚜렷한 공개게시판이라면 네이트 판은 딱딱한 이슈 대신 유머나 그때그때의 화젯거리가 되는 말랑말랑한 소재를 주로 다루는 공개게시판이다. SK컴즈의 김종훈 포털사업본부장은 “최근에는 게시판 유저들이 딱딱한 이슈보다는 덜 사회적이라도 화제가 되거나 소소한 재밋거리를 찾는 경향이 뚜렷한 것 같다”며 “이런 유저 성향에 맞춘 서비스들을 계속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판의 유저가 늘면서 최근 인터넷상에서 화제가 되는 ‘○○녀’들 중 다수가 판을 통해 알려지는 경우도 많아지고 있다.
◆유독 우리나라에서 인기=공개게시판 서비스는 사실 유독 국내시장에서만 인기를 끄는 서비스다. 해외는 커뮤니티 사이트나 팬카페 등 폐쇄형 사이트는 다수 발달해 있지만 우리나라처럼 공개형 게시판을 운영하는 나라가 드물다. 개인주의 성향이 강한 영미권은 공개게시판 대신 트위터나 페이스북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큰 인기다. 일본에서는 커뮤니티사이트인 2ch(www.2ch.net)가 네티즌 사이에서 유명하지만 한국인들에게 이 사이트는 ‘혐한류’의 대명사로 여겨진다. 비교적 상대방에 대한 공개적인 비난을 삼가는 게 일본 문화여서 우리나라 공개게시판만큼의 인기를 얻지는 못하고 있다. 중국에도 바이두나 시나닷컴 같은 포털 사이트 게시판이 활성화돼 있기는 하지만 우리처럼 다양한 이슈를 다루지는 않는다.
◆국내 업체의 기능 강화 방안 봇물=다음은 아고라를 통해 청원과 사회참여 기능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현재 아고라는 토론·이야기·즐보드·청원·네티즌과의 대화 등 네티즌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코너들을 운영 중이다. 또 사회 이슈에 대한 네티즌의 다양한 토론과 청원 자료가 등록된 최고의 온라인 여론 광장으로 키워나간다는 방침이다. 생활 밀착형 서비스도 계획하고 있다. 다음은 서울시와 함께 시민들이 직접 참여해 수해 상황에 대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교환하는 민관 합동 커뮤니티 맵을 구축할 예정이다. 또 청원 기능을 강화해 소외계층 지원부터 환경·공익이슈와 관련한 다양한 모금을 제안하는 ‘희망해’ 모금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SK컴즈도 여세를 몰아 서비스 강화 방침을 내놨다. 현재 학생층 중심인 이용자층 다변화를 위해 남성 카테고리(남자들끼리만, 남자들의 속 깊은 이야기 등)와 프로야구 카테고리를 새로 만들고, 반려동물을 위한 게시판인 동물 사랑방도 개설했다.
상대적으로 약자였던 네이버 붐도 올해 안에 전열을 정비하고 어느 정도 활성화한다는 목표다. 네이버 측은 “네이버 붐은 재미있고 센스 있는 자료를 올려 함께 즐기는 공간으로 꾸밀 것”이라 고 소개했다. 간단한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한 ‘생활의 게임’이나 직접 만든 작품과 일러스트를 올릴 수 있도록 한 붐 그림판도 조금씩 인기를 얻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