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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가대로 혁명`으로 부산·경남 대변혁
연간 교통절감 효과만 1379억원, 부산에 거제도 사람들이 몰려온다
부동산·유통·의료업계 거가대로 개통으로 `대박` 기대
매경, 언론사 최초로 전체 교량 둘러봐
6일 오전 9시30분 부산 시내를 벗어나 남해고속도로를 타고 5분여를 달리자 가락IC가 눈에 들어온다. IC를 빠져나오자 수십대의 컨테이너 차량들의 행렬이 이어지면서 부산신항이 가까이 왔다는 것을 실감케 한다.
그길로 20여분을 달려 부산신항을 지나 꼬불꼬불한 국도를 거치자 오른쪽 가덕도 앞바다를 건너 웅장한 모습의 거가대로가 펼쳐진다.
오는 12월 초 개통될 예정인 거가대로. 총길이 3.5㎞의 사장교 2개와 3.7㎞의 침매터널, 1㎞의 육상터널로 이뤄져 총길이는 8.2㎞에 달한다. ＜김호영 기자＞ 바다 한가운데 떠있는 섬과 섬을 연결한 다리의 모습과 높게 솟아있는 주탑이 푸르고 높은 가을하늘 아래 펼쳐져 흰색의 거대한 콘크리트 덩어리가 아름답다는 생각마저 든다. `이야~`하는 탄성이 절로 입에서 터져나온다.
거가대로가 시작되는 입구에 들어서자 오른쪽에는 바다의 모습과 함께 유선형의 휴게소와 전망대 공사 현장이 펼쳐지고, 정면에는 침매터널의 입구가 눈에 들어온다.
거제도와 가덕도를 연결하는 거가대로가 시작되는 지점이다. 2조4000억원의 사업비가 투입돼 70개월의 시간동안 명이 동원돼 12월 9일 개통 두달여를 앞두고 있는 거가대로를 매일경제신문사가 언론사 최초로 가덕도 침매터널 시작지점부터 거제도 연결지점까지 전체 구간을 둘러봤다.
◇세계 최장.최저의 침매터널에 들어가다
최근 마지막 함체를 연결한 거가대로 침매터널은 부산 가덕도와 중죽도 간(3.7km) 왕복 4차로 해저터널.
육상에서 만들어 바다에 빠뜨리는 방식으로 만든 침매터널은 세계 최대 길이는 물론 세계 최저 깊이 등 한국 건설역사상 가장 위대한 `역작`으로 평가받고 있다.
어두운 터널 안에서 벽면의 노란 전등을 따라 안으로 들어서자 곳곳에서 작업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한창 어두운 길을 따라 들어가면서 문득 `내가 바다속으로 들어왔는데...`라는 생각이 머리를 스친다.
뿌연 연기와 함께 너무나 여유롭게 공사를 하는 인부들의 모습을 보면서 이곳이 바다속이라는 생각을 까마득하게 잊고 있었던 것이다. 오른쪽의 표지판에 `29`라는 숫자가 보여 함께 동행한 김석영 대우건설 차장에게 "무슨 숫자냐"고 물으니 "수심 29m라는 표시"라는 믿을 수 없는 대답을 한다.
일반인이 평생 한번도 들어가 볼 수 없는 30m 가까운 바다속에 너무나 쉽게 들어와 아무렇지 않게 서 있는 것이 도저히 믿기지 않는다.
최저 깊이인 48m에 도착하자 `어떻게 엄청난 수압을 견딜 수 있을까` 궁금증이 일었다. 김 차장은 "터널 외벽의 두께가 133cm이고, 이 터널이 견딜 수 있는 압력이 1만2000t에 달하기 때문에 안전상의 문제는 전혀 없다"고 자신있게 말한다.
◇해상 158m 주탑에 올라서다
그저 신기해 입을 다물지 못한 채 차량으로 이동하다 저 멀리 밝은 햇빛에 눈을 다시 크게 떴다.
아직 아스팔트 포장작업이 마무리되지 않아 덜컹거리는 차를 타고 빛을 좇아 나간 곳은 `신기원`이었다. 아직까지 단 한번도 보지 못한 풍경에 말문이 막혀버렸다.
양쪽으로 끝없이 펼쳐진 짙은 남색의 바다와 앞으로 보이는 점점의 녹색 섬들. 그 곳을 가로지르는 거대한 흰색 다리와 높이 솟아오른 주탑을 연결하는 흰색의 케이블이 마치 한폭의 그림을 보는 듯 감동을 자아낸다.
경치에 넋을 잃고 있다 "거가대교의 제일 높은 곳에 올라가보겠느냐"는 말에 기자는 섣불리 대답을 하는 실수를 해버렸다. 건물의 엘리베이터 역할을 하는 호이스트에 오르자 그제서야 정신이 번쩍 든다. 덜컹거리며 3분 가까이나 올라간 곳은 해상 158m의 주탑 꼭대기, 아파트 40층 높이란다.
다리가 후들거리고 오금이 저려 발걸음을 옮기는 것조차 마음대로 안 되는 곳에서 대여섯명의 작업자들이 열심히 해체 작업을 벌이고 있다.
김 차장은 "주탑 케이블 공사가 끝나 꼭대기 공사 현장 철거작업을 시작했다"며 "아마 마지막으로 주탑 꼭대기에 올라오는 민간인일 것"이라며 기자를 축복(?)받은 사람이라며 농담을 건넨다.
"2개의 주탑을 경계로 부산과 경남의 행정구역이 나뉜다"는 설명을 들으며 거제도쪽을 바라보자 손에 잡힐 듯 가까깝다는 사실에 다시 한번 놀랐다. 한편으로 저곳을 가기 위해 지금까지 몇번이나 3시간 가까이나 걸려 차를 타고 이동했다는 사실이 억울하기까지 하다.
◇대통령 별장 `청해대`를 보다
중죽도와 저도를 잇는 2주탑 사장교(차량이 통행하는 상판을 케이블로 연결해 주탑에 매달아 만드는 교량)를 지나 저도와 거제도를 잇는 3주탑 사장교로 넘어서자 또다른 구경거리가 우리 일행을 반겼다.
대통령의 별장인 `청해대(일명 진해별장)`가 저도 한편에 자리잡고 있는 모습이 어렴풋이 눈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저도에 위치하고 있는 진해별장엔 매년 대통령들이 찾아 여름휴가를 지내는 곳으로 해군군사기지로 묶여있다. 아직까지 일반인들의 출입이 통제되고 있지만 언젠가 `청남대`처럼 개방이 된다면 거가대로의 또다른 명물 관광지로 자리잡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스친다.
이런저런 구경거리에 넋을 놓고 있다 "이제 거제도에 다 왔습니다"라는 말에 정신이 번쩍 든다. 이곳저곳을 둘러보면서 천천히 왔는데도 불구하고 1시간 남짓 밖에 안 걸렸다는 것이 도저히 믿기지 않는다. 개통되면 다리 위에서 걸리는 시간은 불과 20분 안팎.
거가대로가 개통되면 부산시 사상구에 위치하고 있는 사상시외버스터미널을 출발해 거제 시내에 있는 시외버스터미널까지 걸리는 시간이 50분이다. 지금까지 부산에서 거제도를 가려면 최소 2시간30분에서 3시간 정도 걸렸던 점을 감안하면 가히 `거가대로 혁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거가대로 혁명`으로 연간 1379억원 교통 절감
 거가대로는 부산 강서구 녹산공단에서 경남 거제시 장승포로 이어지는 총길이 34.84km, 너비 20.5~35m인 왕복 4~6차로 도로다.
가덕대교 등 부산 구간 접속도로가 8.2㎞고 침매터널과 2.3주탑 사장교로 이어지는 부산∼거제 연결구간이 8.2㎞며 장목터널 등 거제 구간 접속도로 17.52㎞를 포함하고 있다.
이 도로는 이처럼 좁게는 부산 강서와 경남 거제를 연결하는 도로지만 거제에서 통영으로 연결해 대전∼통영간 고속도로로 연결되고, 부산지역 신항배후도로를 통해 부산∼대구 고속도로와 경부고속도로를 U자 형태로 연결하는 국가 기간교통망의 핵심고리에 위치하고 있다. 이는 기존 경부고속도로와 남해고속도로를 중심으로 이뤄져 온 남-북, 동-서축의 단조로운 기간교통망에 일대 변화를 가져온 것이다.
거가대로의 직접적인 효과는 무엇보다 거리와 시간의 물리적인 단축을 가져다주는 교통효과에 있다.
부산발전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부산∼거제간 연결도로 개통에 따른 변화와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거가대로의 연결로 부산∼거제간 통행거리는 부산∼통영∼거제로 연결되는 기존 140㎞에서 60㎞로 42.9% 수준으로 줄어들고 통행시간도 기존 2시간30분에서 50분으로 단축된다.
거가대로의 예상교통량은 2008년 기준으로 하루 3만500대로 추산되고 거가대로의 교통량 분산에 따라 부산∼통영∼거제간 기존 통행경로의 교통량도 전반적으로 11.9%가 감소해 교통여건이 크게 개선될 전망이다.
거가대로를 이용함으로써 차량 1대당 얻을 수 있는 통행비용 절감액은 개통 후 통행경로 변화가 발생하는 구간의 평균치를 기준으로 승용차의 경우 평균 1만3414원, 버스는 4만7883원, 화물차는 2만7741원으로 나타났다.
이에따라 거가대로 개통으로 인해 영향권 내를 통행하는 여객 및 화물의 통행시간 및 거리 단축으로 인한 통행비용 절감액의 전체 합계는 하루 3억7800만원, 연간 1379억원으로 집계됐다.
◇거가대로 개통으로 일상이 바뀐다.
오는 10월 31일 결혼을 앞두고 있는 김민희(27)씨는 거가대로 개통을 누구보다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주말부부 생활을 한달여만에 끝나게 해주는 고마운 역할을 거가대교가 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동아대학교 대학원에 다니고 있는 김씨의 남편은 현재 거제도에 있는 대우조선해양에 근무하고 있다. 거가대로 개통을 앞두고 있지 않았다면 신방을 거제도에 차렸던지 아니면 주말부부 생활을 오랫동안 해야하지만 아예 신방을 부산 강서구 명지동에 잡고 남편은 거제도까지 출퇴근을 하기로 했다.
거가대로 개통이 다가오면서 부산의 부동산시장도 술렁이고 있다.
김씨 부부처럼 집은 부산에 두고 거제도까지 출근하려는 사람들의 문의가 강서구 부동산중개소로 연일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은 거가대로를 이용하는 통근버스를 아예 거제도에서 부산까지 운행할 계획까지 세우고 있다. 많은 직원들이 교육과 의료, 문화, 쇼핑 등이 편리한 부산으로 이사가는 것을 고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부산 강서구 명지동에 있는 일부 아파트들도 입주민들을 늘리기 위해 통근버스 운행을 검토하고 있다.
부동산시장 뿐만 아니라 유통과 호텔, 의료업계도 거가대로 개통을 큰 호재로 받아들이고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부산의 대형 유통업체들은 거가대로 개통으로 거제시를 비롯한 경남권 고객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하고 준비에 한창이다. 특히 쇼핑시설 외에 다양한 볼거리와 문화공간을 갖춘 롯데백화점 광복점, 신세계 센텀시티 등이 각광을 받고 있다.
롯데백화점 광복점의 경우 올해 1~8월 거제권에서 3700여 명의 고객이 찾았지만 거가대로 개통 이후엔 그 수가 3배 이상 늘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에 대비해 광복점 측은 오는 11월부터 거제시와 서부경남 고객들을 대상으로 무료 감사품 교환권이 동봉된 DM(다이렉트 메일)을 발송할 예정이다.
신세계 센텀시티도 거제를 비롯한 서부경남 고객이 올해 1~8월 4243명에 그쳤지만 거가대로 개통 이후엔 연간 2만명에 육박할 것으로 보고 있다.
센텀시티 측은 거제를 비롯한 서부경남 거주 우수 고객들을 대상으로 거가대로 통행료를 일부 지원하는 프로모션 등을 계획하고 있다.
호텔업계의 기대감도 크다.
해운대 파라다이스호텔은 29일 "거제시엔 특급 호텔이 거의 없어 거가대로가 개통될 경우 주말을 활용해 해운대로의 가족 단위 외식객들이 부쩍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며 "부산~울산간 고속도로 개통 때처럼 통행권 프로모션 등 다양한 기획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부산롯데호텔 역시 쇼핑과 연계된 체류형 관광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고 같은 그룹(롯데) 계열사인 면세점과 백화점을 연결해 부산의 다양한 문화적 혜택을 누릴 수 있는 패키지를 기획하고 있다.
경남.울산에 비해 인력이나 시설면에서 앞선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부산지역 의료계, 특히 대학병원들도 거가대로 개통으로 신규 환자의 수가 크게 늘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부산대병원은 2009년 부산지역암센터 개소와 함께 병원이 정부로부터 2008년 외상전문 질환센터, 2010년 호흡기질환센터로 지정된 것을 내세워 앞선 의료 인력과 인프라로 거제 환자들에게 어필한다는 계획. 특히 거가대로 개통으로 접근성이 크게 좋아진 아미동캠퍼스(서구 소재)가 오는 2017년까지 대대적인 시설확충이 예정된 만큼 환자 유치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2년 전부터 거가대롷 개통에 대비해 거제 시민들을 대상으로 체계적인 홍보마케팅 전략을 구사해 온 동아대병원도 `대박`을 기대하고 있다.
동아대병원은 2009년부터 올 연말까지 거제에서 소화기질환, 소아성장 등 분야별로 다섯 차례의 무료건강교실을 개최했거나 할 예정이다. 오는 11월 2일에는 거제시 옥포종합사회복지관에서 안과, 이비인후과, 재활의학과 등 분야에서 무료 의료봉사도 실시할 계획이다.
동아대병원은 또 거제시 보건소와의 업무협약 체결을 비롯해 △대우병원.거제백병원 등 지역 내 병원 등과 자매결연 △거제대학과의 산학협력을 통한 의료인력 양성 및 교육 △지난 8월 초 거제지역 기름 유출 사고 대대적인 자원봉사활동 등을 통해 현지에서의 브랜드 파워에선 `최고` 임을 자부하고 있다.
김종욱 부산발전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거가대로의 개통은 단순히 다리 하나가 연결되는 것이 아니라 부산과 거제의 경제와 문화 등 사회 전체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는 하나의 혁명으로 평가할 수 있다"며 "부산과 경남의 경제적인 통합은 물론 부산 울산 경남의 시너지 효과로 동남광역경제권의 통합과 발전에 새로운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부산 = 박동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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